`잡것`들 설치는 날 또 보게 됐다
`잡것`들 설치는 날 또 보게 됐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0.10.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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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세상이 타락했다. 잡것들이 너무 설친다.` 로마 시대 키케로가 한 말을 뒤틀었다. 결국은 잡것들이 일을 낸다. 여기서 `잡것`을 너무 거친 말로 받아들이면 밑에 써 내려가는 말이 턱턱 걸릴 수도 있다. 잡것은 `잡되고 상스러운 사람들을 아주 낮춰 이르는 말`이다. 잡것은 평범한 삶을 겉으로 그리면서 속으로 `비범한` 꿈을 꾸면서 문제를 만든다. 어느 정부에서나 잡것들이 물을 흐려서 정권은 심대한 타격을 입고 심연 속에 빠져든 적이 많았다. 잡것은 우후죽순처럼 비 온 뒤에는 반드시 돋아난다. 잡것들이 설쳐대 정권의 명을 재촉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봤다.

역대 정권이 양산한 권력형 비리는 소설처럼 재미있다. 전두환 정부 때 `이철희-장영자 게이트`는 큰손의 위력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1982년 당시 6400억 원의 어음을 시중에 돌려 1400억 원을 챙겼다. 큰손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척이 연루된 게 밝혀졌다. 노태우 정부 때도 정ㆍ재계 인사들과 대통령까지 연루된 수서택지 분양 비리가 터졌다. 이 당시에도 한 실세의 힘은 하늘의 덮을 정도였다. 잡것이 나는 새도 떨어트렸다. 김영삼 정부 때 한보 게이트가 터져 `한보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33명이 곤욕을 치렀다. 김대중 정부 때도 잇단 게이트가 터졌다.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가 차례로 불거졌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세 명 모두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가 터져 큰 불행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잡것들이 너무 설쳐 정권의 말로가 안타까움을 넘어 끔찍했다.

잡것들이 설치는 데를 정치 무대에만 한정했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잡것들이 설치면서 큰일을 낸다. 잡것들은 이단아다. 좋은 말로 권위에 맞서거나 전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음흉한 계획 아래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뱉는다. 잡것들이 특정 분야에서 일을 내는 경우, 대부분 돈과 연관된다.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고 정의를 기억하게 해야 할 `정의기억연대`는 후원금 논란에 빠져 아름다운 향기는 잡것들이 내는 악취가 됐다. 잡것이 정의를 자기 호주머니에 넣는 바람에 정의의 이름이 사라져버렸다.

어느 정권도 예외가 없듯이 이번 정권에서도 잡것들이 춤을 추고 있다. 1조 억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수사팀을 대폭 증원할 것을 지시했다.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옵티머스 여권 실세 연루설이 터져나오고 있다. 옵티머스 화약고가 터지면 잡것들이 많이 확인될 게 분명하다. 또 다시 잡것들이 일을 낸다는 푸념이 스산한 가을 바람에 뒤섞여 난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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