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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의 의미와 기능
계약금의 의미와 기능
  • 김주복
  • 승인 2020.10.07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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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계약을 하며 산다. 그 중에는 부동산매매계약, 부동산임대차계약 등과 같이 수억대의 돈이 필요한 계약도 있다. 이런 계약에서는 대부분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일반적으로 대금의 10% 정도)이 수수된다.

 계약금에 관해 법률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는데 △증약금(계약 성립에 관한 증거로서의 의미) △위약금(계약 위반에 대한 재제 또는 손해배상으로서의 의미) △해약금(계약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위한 의미)이 그것이다. 우리 민법(제565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다면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한다`는 취지로 규정한다. 즉,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계약금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가 파기(해제ㆍ해지)되는 경우에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금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으려면 어떤 내용의 계약서를 써야 할까? 예컨대, 매도인과 매수인이 부동산을 5억 원에 매매하면서 계약 당일 계약금으로 5000만 원을 주고받고, 매수인의 잔금 4억 5000만 원의 지급과 매도인의 소유권이전 등기를 동시에 이행하기로 한 매매계약 사례를 들어보자.

 이 사례에서 매도인이 잔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계약 해제를 요구할 경우, 매수인으로서는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 이행을 청구할 수도 있고, 계약 해제를 주장하면서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 때 매수인이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를 택할 경우, 매도인에게 원상회복(계약금 5000만 원 반환) 외에 손해배상금(위약금)으로 계약금액 상당인 5000만 원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은 `계약금을 주고 받았다 하더라도 계약 조항에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한다"는 등의 위약금 특약 조항이 명시돼 있어야만 계약금액 상당을 위약금으로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고, 위약금 특약 조항이 없다면,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증거로써 증명을 해야 함)만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편, 현재 거래상 사용되는 부동산매매표준계약서에는 대부분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할 때까지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을 뿐인데, 이는 계약금의 종류 중 해약금을 규정한 조항에 불과하고, 이 기재만으로는 위약금 특약조항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앞서, 계약금이 위약금의 기준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했는데 계약금 중 일부만 수수된 상태에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손해배상금(위약금) 산정 기준은 실제로 받은 금액인가, 아니면 계약금 전액인가? 앞의 사례의 경우를 다시 상정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계약금 5000만 원 중 1000만 원만 지급한 상태에서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경우라고 본다. 이 때 매수인이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를 택할 경우, 매도인에게 원상회복(계약금 1000만 원 반환) 외에 손해배상금(위약금)으로 계약금 상당인 5000만 원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은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계약금을 교부받은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약금의 기준이 되는 돈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한다. 즉, 위 사례에서 매수인은 위약금으로 5000만 원을 청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그렇게 해석하는 이유는 만약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할 뿐 아니라, 교부받은 돈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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