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추석 명절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보내는 초유의 일을 경험했다. 팬데믹(pandemic)을 통과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용기(勇氣)이다.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건강은 물론이고 경제와 관계마저도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아름답지만 힘든 것이다. 어려운 때， 살아낸다는 것도 힘든 것이다. 어떤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 대통령 링컨， 제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한 프랑스 총리 클레망소，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 영국 총리 처칠， 독립전쟁을 지휘한 이스라엘 총리 벤구리온 등 `네 명의 위대한 전시 지도자`의 리더십을 탐구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엘리엇 코언 교수는 "이들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매진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용기`였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철학자들 중 용기에 대해 냉소적인 사람도 있다. 파스칼은 "사람들이 권태 때문에 용감해진다. 용기는 미덕이 아니며 도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볼테르도 "용기란 미덕이 아니며， 악당이든 위인이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성질이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보다 깊은"을 쓴 심리학자 폴 투르니에의 말이 우리의 마음을 더 움직이게 한다. "삶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힘든 것이며， 심지어 대다수에게는 혹독하기까지 하다. 시련을 당하거나 상실에 직면하면 더욱 힘들어진다. 삶은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

지금 이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안에는 `두려움과 용기`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은 것이다.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은 것이다.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는 변화에 직면하는 용기이다. 변화에 직면하고 변화를 수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963년 미국을 배경으로 흑인 가정부가 차별받는 삶을 그린 엠마스톤 주연의 `헬프`(2011년 개봉)라는 영화가 있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는 달리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주인공 스키터는 다르다. 스키터는 베테랑 흑인 가정부인 에이블린과 미니에게 도움을 받아 자신과 흑인 가정부의 인생을 책으로 출간한다. 차별과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되는 시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두 흑인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세상을 발칼 뒤집을 만한 책을 탄생시킨다. 이 영화의 원작자 캐서린 스토킷은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흑인 가정부에 대한 향수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헬프`를 5년 동안 썼다. 그러나 60번이나 출판을 거절당하고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책이 출판됐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는 흥행했다.

용기란 변화의 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행하는 것이다. 고든 리빙스턴은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처럼 큰 용기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십시오"라고 조언한다. 용기란 아이들로부터 외면받는 친구에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것，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가 말벗이 돼주는 것， 부당한 일 앞에서 분노하는 것이다.

용기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두려워하는 그것을 행하는 것이다. 용기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미지의 대지를 행해 나아가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의 삶은 용기에 비례해 커간다. 용기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사소한 일을 염려하며 산다. 두려움과 의심을 떨쳐 버리려면 용기를 가져야 한다. 생텍쥐페리는 "용기가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용기마저 빼앗아 버린다"고 `아리스로의 비행`에서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용기는 용기를 낳는다. 용기는 전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