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복지 사각지대 간 모녀 숨진 채 발견
스스로 복지 사각지대 간 모녀 숨진 채 발견
  • 이병영 기자
  • 승인 2020.09.28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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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학대로 7년간 복지시설 생활

시설 "엄마가 강압적 퇴소 진행"

엄마, 지원금 수급 자발적 중단

경찰 "타살ㆍ자살 가능성 낮아"



정신질환을 앓던 모녀가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과거 딸을 학대한 혐의가 있는 엄마가 지원금 수급을 자발적으로 중단하는 등 스스로 복지 사각지대에 가둔 것이 확인됐지만 경찰은 타살이나 자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원룸에서 딸 A씨(22)와 엄마 B씨(52)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었으며, B씨도 지난 2011년부터 수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3살이던 지난 2011년 엄마로부터 학대를 당해 7년간 사회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아 왔다. 센터는 A씨가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을 돕는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A씨가 성인이 되자 친권이 있는 B씨가 복지시설 퇴소를 요구하며 함께 살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B씨의 이상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복지시설에 입소하면서 급여 형태로 전달되던 지원금도 스스로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A씨가 성인이 되면서 가정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는지 돕던 중 B씨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 측은 이들 모녀가 성인이고 신체적인 문제가 없어 모녀의 지원금 중단 신청을 받아들였다.

모녀는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나 장애 판정을 받지 않아 관련 지원도 받지 못했다. 복지센터와 학교 등은 A씨가 관련 기관의 돌봄을 받고 복지 혜택을 받도록 장애 검사를 권했으나 B씨의 반대에 무산됐다. 또 복지시설 퇴소자는 5년간 사례 관리를 받게 되지만 이마저도 B씨의 반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시설 관계자는 "시설 보호를 받던 A씨가 명절에 가정 방문을 하고 돌아오면 행색이 매우 좋지 않아 해당 가정이 보호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보여 우려가 됐었다"며 "B씨와 잠시 살다 온 A씨가 전혀 씻지 않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집에만 있었다고 말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모녀는 B씨의 일용직 노동 수입으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웃 중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 안에서 은둔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원룸에서 20㎏ 쌀 15포대를 발견했으며 냉장고 속에도 김치 등 반찬류가 몇 가지 들어있었다.

경찰은 "부패 정도로 봤을 때 이들은 발견된 날로부터 열흘에서 보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타살 혐의점이 없고,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볼 때 자살 가능성도 적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엄마가 돌연사한 뒤 딸이 굶어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맡겼지만 부패가 심해 사인 불명 판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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