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7:35 (수)
장애와 함께 78년, 포기 안해 행복 성취
장애와 함께 78년, 포기 안해 행복 성취
  • 김봉현
  • 승인 2020.09.28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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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양산시 지체장애인협회 고문
김봉현 양산시 지체장애인협회 고문

78년 전 3남 4녀 7남매 중 6번째로 태어났다. 평범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4살 때 누님의 순간적인 부주의로 바닥으로 떨어져 척추를 다치면서 장애를 가지게 됐다. 부산의 큰 병원에 문의해도 당시 기술로는 고칠 수 없었다.

양산 화제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6ㆍ25 전쟁이 일어났다. 나는 부산 하단으로 피난길에 올랐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에도 언제나 부모님 등에 업혀 있었다. 초등학교도 누님들의 등에 번갈아 업혀 등하교하며 졸업장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뼈가 썩어 들어가는 병마와 싸웠고 죽는 것이 더 낫겠다는 절망 속에서 장애라는 이유로 인생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25살이 됐을 때 ‘섬마을 선생님’이란 드라마가 유행하던 겨울밤, 이웃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

두 집안에서 극심한 반대가 이어졌지만 그녀에게서 느낀 희망을 믿고 우린 무작정 차비만 가지고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태평로 재재소와 조선고무공장을 경영하던 최사장을 만나 눈물을 머금고 사정해 취직했고, 2000원짜리 달세 방에서 꿈을 키워갔다.

비록 장애를 가지게 됐지만 장애가 없는 정상인보다 더 열심히 해서 보란 듯이 살아야겠다는 꿈이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리어카를 몰고 나가 다리 위에서 야간 장사를 했다.

이후 딸을 가졌고, 1968년 12월 23일 뒤늦게 결혼식을 올렸지만 양가 부모 형제들이 참석조차 하지 않아 장애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에도 ‘나에게는 아내와 딸이 있으니 보랏빛 찬란한 행복을 품고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고 노력하자’고 마음 속으로 되새겼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뒤로도 육체적 한계가 있음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고 했다. 지금은 지인에게 사채로 꽃사슴 한 쌍을 500만 원에 사 사슴 농장을 하게 됐다.

다행히 부채도 조금씩 갚아가고 사슴도 점점 늘어나 안정되게 사슴농장을 하고 있다. 인생에서 많은 실패를 겪으며 수확한 열매라 더욱 소중하다. 제 인생에서 장애는 영원한 실패가 될 수도 있었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현재 누구보다도 당당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니 험난한 가시밭길이라 하기에는 성이 차지도 않는다. 막막한 세상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가슴이 무너진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꿈이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힘을 내게 만들었고 조금만 더 힘내자 조금만 더 힘내자 하고 온 것이 오늘의 내 모습이다.

후회되는 일들도 있지만 이제는 내 인생을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지금까지 52년을 나와 같이 보낸 예쁜 아내에게 너무도 고맙다. 장애를 가지신 여러분도 모든 어려움과 아픔이 지나가면 태양이 떠오르듯이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힘내시기를 바란다.

3대가 한 울타리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전국에 계시는 장애인분들도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목표를 향해서 으라차차 다함께 일어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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