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한 역사의 기억
시공을 초월한 역사의 기억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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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시인 조지훈은 1960년 3월 `새벽`에 발표한 `지조론`에서 정치 일선에서 행세하고, 정치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조 없이 나대는 당대의 세상 모습을 냉철한 지성으로 비판했다.

 `지조(志操)`란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지켜 나가는 꿋꿋한 의지다. 때문인지 고래(古來)로부터 시공을 초월한 지도자들은 공정(公正), 의리(義理), 정의(正義), 평등을 입에 달고 살았다.

 #, `꼴이 이게 뭐냐`는 말이 나온다. 합법과 불법을 논하기에 앞서 공정과 정의는 도덕과 상식을 포함하는 폭넓은 사회규범에 기초한다. 영어로 `정의`를 뜻하는 법무장관(Minister of Justice)은 도덕교과사와 같다. 기강도 세워야 한다. 그렇게 엄중한 자리에 임명된 전ㆍ현직 법무부장관들의 `엄마 찬스ㆍ아빠 찬스`에 뿔이 난 국민들은 공정ㆍ정의가 고무줄 잣대란 지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취임 후 3년 반이 흐른 지금 어떤가. 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공정`을 37번 언급했다. 또 "정부는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 찬스ㆍ엄마 찬스` 얘기로 이 나라가 2년째 혼란을 겪고 있다. 공정을 앞세운 정권에서 불공정 논란으로 치닫는 기막힌 사태, 누가 책임져야 하나.

 #, 공정과 정의는 시공을 초월한다. 지난 1980년 군사쿠데타의 주역,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관공서는 물론이고 관변단체마다 `정의사회 구현`이란 국정지표를 내 걸도록 했다. 쿠데타 주역이 정의사회 구현이란 지표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정권의 역설적 반증인 듯, `정의`가 잣대였다.

 10년 전, 미국에서 10만 부가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가 국내에서 200만 부나 팔렸다. 국민들은 정의에 환호하고 갈망했다. 열독률이 몇%인지 궁금할 정도로 재미없는 책인데도….

 #, 악재가 터지면 `깜도 안 되는 의혹, 소설을 쓴다`며 부인한다. 그 후 실체가 드러나면 `검찰수사 또는 재판 결과가 말해준다`고 한다. 이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너흰(야당을 향해) 더했지 않느냐"고 치고 나선다. `우린 클래스가 다르다`는 여당의원에게 `공정ㆍ정의`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를 묻는다.

 #, 국민이 사살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참극, 국민의 충격이 너무도 크다.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북한의 비인간적 만행을 6시간 동안 지켜만 보다 `그럴 줄 몰랐다`는 군(軍) 발표에 똥별 논란.

 가관인 것은 "불미스럽고, 대단히 미안하다"는 `대남통지문`에 대해 반색하는 표정들, 도발적 만행에 대한 정부 대응과 여당 일각의 반응에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란 무엇이냐고.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고려 왕조면 어떻고 조선 왕조면 어떠한가란 이방원의 `하여가`에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며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란 정몽주의 단심가, 그 후 조선왕조는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의 비극, 왕자의 난을 두 차례나 겪고서야 제3대왕 태종이 탄생했다.

 #, 역사적 사건의 진단은 기억을 위해서다. 기억은 과거를 드러내 질문을 던짐으로써 현재를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역사는 `평등ㆍ공정ㆍ정의`를 기억하면서 지조 있게, 정직하게 살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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