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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내리는 상상은 즐거울 수밖에
`돈 비` 내리는 상상은 즐거울 수밖에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0.09.2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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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세상에서 가장 맞고 싶은 비는 `돈 비`다. 하늘에서 돈 비가 떨어질 때 돈을 포대에 주워 담는 상상은 어벤져스 시리즈보다 즐겁다. 어떤 사람은 돈 비에 잠겨 숨을 쉬기 힘들어도 얼굴에는 무한 미소를 띨지 모른다. 하늘에서 돈을 뿌리는 헬리콥터 머니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상도 아예 터무니없지는 않다. 재난지원금 등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계속되면 찔끔 주는 돈으로는 누구도 배가 부를 수 없다. 배가 부를 정도로 정부 지원금을 받다가는 국고가 거덜나겠지만, 정부가 쪽박을 차도 돈 비 같은 게 떨어지는 바람은 멈추지 않을지 모른다.

추석 전에 재난지원금이 또 풀린다. 국회가 열심히 일을 해 신속하게 돈이 살포된다. 국회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만 네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데 따른 조치지만 한 해에 4번이나 추경이 편성ㆍ처리된 경우는 56년 만에 처음이다. 한번 길을 낸 물길은 더 쉽게 물이 드나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부른 특별한 경우지만 앞으로 보슬비 같은 돈 비가 한 번씩 내리지 않으면 정부의 무능을 탓할지 모른다.

고성군은 지역 13~18세 청소년(중ㆍ고생)에게 매달 5만~7만 원을 2년간 지급한다. 지급은 현금 형태의 포인트로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청소년 꿈 키움 바우처 지원 조례안`은 고성군 민선 7기 공약 사업 중 하나인데 군의회에서 4차례 도전 끝에 가결됐다. 그동안 조례안의 통과가 싶지 않았고 찬성 6표, 반대 5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 청소년이 꿈을 키우기 어려운지는 모르나 매달 5만~7만 원으로 꿈을 그릴 수 있다면 다행이다. 백두현 고성군수는 "청소년, 소상공인 등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데 군민들에게 추석 전에 큰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 첫 청소년수당이 뿌리면서 군수는 군정에 자신감이 붙었어도"재정 자립도가 낮고 세수가 부족하다"고 반대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군수와 군 관계자는 군민은 돈을 받으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하늘에 닿았다. 생존에 허덕거리는 사람은 하늘을 바라보고 돈 비라도 떨어지기를 바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면 낭패지만 마른하늘에서 돈 비가 내리면 낭보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금을 무한정 줄 수가 없다. 계속 줄 수 있다고 해서 줄기차게 줘도 곤란하다. 많은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을 쓰는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한우 고기를 먹은 맛은 뇌 속 인지적ㆍ감성적 정보 처리에 담겨있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상충해도 한우 고기 맛은 쉽게 떨쳐내기 힘들지 모른다.

"매달 지원금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에는 국가에서 주나요, 시ㆍ군에서 주나요?" 이런 대화에서 공짜의 부메랑을 잊으면 안 된다. `공짜는 천사의 탈을 쓰고 오지만 나중에 악마의 이빨을 드러낸다.` 유명한 사회 비평가인 다니엘 류가 한 말이다. 이 사람이 누군지 알려고 네이버 검색창에 이름을 쳐 넣지 말라. 경남매일 편집국장이 즐겨 하는 소리이니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하늘에서 돈을 떨어뜨리는 지원금이 위대한 발명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망각의 비도 함께 내리면 좋겠다.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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