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 몽
예시 몽
  • 정지우
  • 승인 2020.09.23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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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시인ㆍ수필가ㆍ패션디자이너
정지우시인ㆍ수필가ㆍ패션디자이너

"이분에게 좋은 일 하셨다고 누가 칭찬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2020년 7월 16일. 과학으로는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꿈, 소름 돋도록 현실과 꼭 같은 상황을 경험했던 날이다.

 새벽의 꿈. 우리 집 아파트 길목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전화를 받으려고 내가 메고 다니는 청 가방을 잠깐 도로 난간에다 놓고 돌아보니 가방이 사라져 버렸다.

 나의 전부를 다 집어넣고 다니는 지갑, 학생증, 주민증, 현금카드, 서류, 명함 등 꿈이었지만 아찔했다. 도로변에서 소리 내어 울면서 제발 돌려달라고 그걸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울고 있었다. 그때 난간에서 어떤 남자분이 이 가방 주인이냐고… 땅속에 묻힌 걸 꺼내왔다고 흙이 너무 많이 묻어 아니라고 머리를 흔들다 자세히 보니 내 가방이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니 차비라며 1000원권 지폐 6장을 손에 쥐여 주길래 잃어버릴까 꼭 손에다 쥐고 정말 이 돈이 있을까 하고 손바닥을 펴보니 6장 속에 한 장이 반 정도 찢겨 나가 있었다. 그러고 꿈을 깨니 새벽 4시였다. 가방부터 찾아 지갑을 열어보니 1000원권 지폐 6장이 지갑에 잠자고 있었다. 그날 종일 매사에 조심하며 가방을 점검하는 하루로 무사히 보냈다. 오후에 친구가 전화와 내일 점심을 먹자며 11시까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가게 집세를 주려고 11시에 가까운 카드기에서 55만 원을 인출해 점심시간이 일러 커피를 마시고 명륜진사돼지갈비 집에서 갈비를 시켜먹고 3만 2000원 카드로 결제한 후 친구는 병원 진료가 있어 양산으로 가고 난 일터로 가려고 가방을 열어보니 지갑이 사라졌다. 귀신 곡할 노릇이다. 친구에게 전화로 지갑이 차에 떨어졌는지 찾아보라고 했지만 차에는 없다는 답변과 옆자리 사진까지 보내 줬다. 다행히 폰에 저장된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고 식당으로 갔다. 마음이 다급해지니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식당에서는 보지 못했다고 CCTV를 보여주는데 내손에 지갑을 들고 나가는 걸 확인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재난기금으로 받은 40만 원인데… 오늘 밥값 계산하고 남은 돈까지 합치면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 원 정도, 돈도 아깝지만 그 안에 있는 서류 절차가 더 부담스럽고 난감했다. 식당에서는 나가달라고 재촉하고 커피값도 없는 난감한 신세에 참 눈물 나는 당혹한 시간이었다. 친구가 달려와 함께 경찰서 분실 신고부터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젯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가방을 찾더라고 혹시 누가 돌려주려나 하고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니 담당경찰관이 아직 자기 관할에서는 현금을 든 지갑을 돌려주는 건 보지 못 했다고 한다. 액수가 많아 찾기 어려울 거라고 포기하라고 꿈땜했다고 했지만 친구는 꿈대로라면 돌아올 것 같다고 집에 가서 기다려 보라며 애써 위로했다.

 집의 현관문을 들어서는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올 사람도 없는데 불편한 마음으로 누구시냐고 인터폰으로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는데 혹시 정지우 씨 댁이냐고 한다. 경비 아저씨인가 하고 왜 그러세요 하니 지갑 잃어버리지 않으셨냐고, 내 귀를 의심했다. 문을 열어주고 지갑은요? 하니 지갑 색깔이 무슨 색이냐고. 빨강 수제 지갑이요. 현금이 얼마예요? 55만 6000원. 그때서야 지갑을 내어준다. 액수가 다르면 경찰서에 가져다주려고 했다고. 주운 분은 본인의 아내인데 내가 차에 내린 그 자리 길바닥에 펼쳐 진대로 있더란다. 전화를 받으려 지갑을 시트에 둔 걸 깜빡하고 내리면서 엉덩이로 밀어버려 길바닥에 버림받은 거 같았다. 아내분이 걱정할거라며 빨리 전해주라고 하셨다며 땀을 흘리고 계셨다. 너무 고마워서 현금 10만 원을 드렸더니 받아 가면 마나님께 혼난다고 거절 하길래 두 분 저녁이라도 드시라고 5만 원을 억지로 드렸다. 전번을 받아 다음 날 조각보와 나와 똑같은 모자를 만들어 모자를 직접 머리에 씌워주며 진심으로 고맙다는 마음의 표시를 하고 왔었다.

 요즘 같이 각박한 인심에 그 현금을 미련 없이 돌려줄 분이 몇이나 있을지? 이런 분이 계셔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꿈처럼 조금 찢겨 나간 금액이 왜 이리도 마음이 흐뭇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그 후덕하고 마음씨 좋은 분들 오래오래 복 받으시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내 전번에 `지갑님`이라고 저장한 010-2052-2676. 누군가 이 전번으로 좋은 일 하셨다고 칭찬 해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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