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00:35 (일)
게으름과 느긋함
게으름과 느긋함
  • 하성재
  • 승인 2020.09.2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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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바쁜 리더, 나쁜 리더"라는 말이 있다. 물론 리더가 절대로 바빠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분명 긴급한 일은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급한 재정적인 문제나 중요한 계약 등과 같은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이처럼 만사를 제쳐놓고 대처해야 할 긴급한 일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그런 기분을 느끼며 산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실제로는 그렇게 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다급하게 여기며 산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고장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리더에게는 반드시 느긋함이 있어야 한다.

 바쁘고 몰아치는 삶을 살아오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와 멈춤이 돼버린 우리 사회에서 우리에게는 느긋한 태도가 필요하다. 느긋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동서양의 많은 지혜자들이 "개미를 보며 풍족한 노동의 교훈을 배우라"고 권한다. 개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느긋하게 해치울 뿐이다. 이처럼 건강한 느긋함과 불량한 게으름은 전혀 다르다. 게으름은 생기를 주지도, 기쁨을 주지도 않으며 때론 주변의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 로버트 클링턴 교수는 `Leadership emergence theory`에서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리더들은 게으르지 않았다. 부지런하고, 단호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한 것도 알았고, 여유를 누리는 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도, 그의 저서 `굿바이 게으름`에서 "건강한 느긋함과 불량한 게으름을 구별해야 한다"고 한다.

 습관에 관한 수많은 연구와 실험결과를 공유하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스티브 스콧은 `게으름이 습관이 되기 전에`라는 그의 책에서, 게으름을 떨치지 못하는 8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다음을 살펴보면서 혹시 내가 일을 미루는 이유를 확인해보라. "제가 좀 완벽주의자거든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요, 그냥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주의가 산만해질 수밖에 없잖아요,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걸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쉬운 일부터 하는 게 좋죠, 너무 어려워서 시작조차 못 하겠어요"

 예를 들어 권태, 현실도피에 빠지는 것은 분명한 게으름이다. 어딘가에 있을 더 나은 인생을 상상하면서 자기 인생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현재`에 살기보다 `만일`이라는 환상에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절제와 자기개발 훈련은 지루한 시간 낭비가 되고, 인생을 보는 안목이 흐려진다. 그러다가 결국 메마르고 불쾌한 불모지에 떨어지고 만다. 좀 어렵지만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에서 손을 떼게 된다.

 또 과로나 지나치게 바쁨은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다. 더 많은 일을 함으로써 내가 더 가치 있게 된다는 착각을 하고,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좀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태도는 그 일의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는 태도로서, 많은 일을 했지만 정작 가치 있는 일은 별로 하지 못하게 된다. 권태에 빠져 웹서핑과 소셜미디어를 뒤지는 행위와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우리가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일들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골라내는 법, 그 외의 일들을 잘 거절하는 법,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점검하는 법, 점검을 통해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법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리처드 칼슨은 `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 그러니까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세요`라는 그의 저서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미리 중요한 것으로 정해 놓은 것 외에는 사소한 것으로 정해 놓은 다음, 거기 너무 애쓰고, 마음 쓰고, 땀 흘리지 말라(don`t sweat)"고 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일상을 멈추게 된 이 상황 속에서, 오히려 잠시 `느긋함`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 많은 물건을 사들이듯, 스케줄 또한 잡다한 것들로 채워서, 나에게 불필요한 과부하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많은 일을 해치우는 것보다 그것을 왜 하고 있는지 성찰해보자. 조금 더 천천히, 좀 더 차분하고 우아하게 나의 일상에 느긋함을 한 줌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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