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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유교와 바울의 기독교
자사의 유교와 바울의 기독교
  • 공윤권
  • 승인 2020.09.20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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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권 전 경남도의원
공윤권 전 경남도의원

 유교의 창시자는 공자이고 기독교의 창시자는 예수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교는 공자의 말씀을 기본으로 하고 기독교는 예수에 대한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본인들은 생전에 자신들이 한 종교의 시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유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생활 속 실천 규범에 가깝고 기독교는 유일신 중심의 종교라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공자나 예수의 말씀만을 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유교는 공자 사후인 기원전 400년 경 자사라는 인물에 의해 체계화됐습니다. 자사의 제자인 맹자를 거쳐 거대 학문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자사는 공자의 손자이면서 중용의 저자입니다. 공자의 인이라는 사상을 좀 더 발전시켜 성이라는 우주론적 개념을 도입한 사람입니다.

 기독교는 예수의 말씀을 엮은 많은 복음서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복음을 비롯해 66권의 경서를 성경이라고 합니다.

 기독교에는 예수의 말씀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도 바울에 의해 체계화됐습니다. 사도 바울은 직접적으로 예수의 제자는 아니었으나 예수님의 환상을 보고 기독교로 개종하게 된 인물입니다. 기존 유대교 율법주의에 박식한 바울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초기 기독교의 이념 체계를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바울이 로마에 의해 감옥에 갇혀서 쓴 서신들인 로마서 고린도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등 13권의 서신들이 성서의 주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20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유교와기독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공자와 예수에 대한 신격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느냐를 보면 바로 자사와 바울의 해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사는 중용에서 할아버지인 공자를 요임금과 순임금을 시조로 하고 문왕과 무왕의 모든 행적을 습득하셨으며 위로는 천문 아래로는 지리를 다 익히셨다고 칭송하고 있지만 신격화하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유대교 율법주의자인 바울은 구약의 유대교 신인 야훼의 아들로 예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후 복음서들이 진화하면서 점점 신격화됐고 요한복음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교와 기독교가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고 있습니다만 지금의 모습은 사실상 자사와 바울에 의한 유교와 기독교입니다. 원래 공자와 예수의 말씀을 되짚어보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란한 춘추전국시대에 사람을 중심에 뒀던 공자와 박해받는 천민들을 위해 말씀을 전하셨던 예수는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가 종교를 위해서 존재해서는 안되며 사람 위에 존재해서도 안됩니다. 혼란한 시기에 사람이 중심되는 종교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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