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가 빠지면 군은 파멸한다
군기가 빠지면 군은 파멸한다
  • 한상균 기자
  • 승인 2020.09.16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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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지방자치부 본부장
한상균 지방자치부 본부장

마침내 국방부가 `규정상 문제없다`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지난 8개월 동안 검찰이 수사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휴가 문제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이다. 우리 군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군인의 길을 걸었던 경험에 비춰보면 국방부의 저런 발표에 수긍할 예비역은 없을 것 같다. 이 문제를 이제 와서 국방의 최고 책임자가 내린 결론.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예하부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 차상급부대부터 군단, 육본, 국방부까지 감찰이 뜨게 돼 있다. 감찰을 받는 과정이 고통이기 때문에 지휘관들은 사고 발생을 가장 꺼리게 된다.

서 일병의 휴가는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한 청원 휴가다. 청원 휴가는 중대 서무계가 작성하고 인사계와 중대장의 결재를 득해 인사과에 상신하게 된다. 반드시 청원의 사유가 첨부돼야 한다. 휴가가 결정되면 휴가 기간이 명시된 명령지가 하달되고 소속 부대장 명의 휴가증이 발급된다. 휴가 명령지는 중대 서류철에 보관되고 휴가증은 휴가자가 소지한다. 작금의 군대는 전산 처리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 일병 휴가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은 △휴가를 받았다가 휴가 종료 시까지 귀대하지 않았다는 것 △당직병이 확인 전화를 했는데 그 시각 귀대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는 것 △전화를 통해 연기를 했다는 것 등이 주요 쟁점이다. 여기서 보좌관, 낯선 장교가 등장하고 휴가는 연장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문제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보면, 휴가 결정권자는 소속 부대장이다. 따라서 서 일병의 휴가 명령지는 중대 행정반과 참모부 인사과에 보관된다.

만약 이 자료가 전산에서 삭제됐다면 이 자료에 부팅한 인사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복원하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당직 사병의 진실 문제다.

중대의 당직 사병은 중대장과 인사계 등이 퇴근 후 이들의 권위를 위임받은 근무자다. 당직 사병은 일석점호 준비에서 당직 사령에게 인원 보고, 초병 근무와 불침번의 조 편성, 유사시 상황 보고의 책임자다. 불침번 근무자에게 임무를 인계함으로써 일과를 마감한다. 휴가병의 탈영 문제는 보고에서 보고로 끝나는 해당 중대에서 결정 나는 것이다. 휴가가 두 차례 변경 연장 실시됐던 점을 고려하면 그날 당직 사병이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인은 본연의 임무가 있다. 행정, 통신, 교육, 운전, 초병 등 주특기 부여에 따른 임무다. 야간에도 잠만 자는 것이 아니다. 초병 근무, 불침번으로 근무해야 한다. 가용인원이 원만해야 밤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청원 휴가는 중대 사정을 고려해 특별한 경우여야 승인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내무반 생활은 엄정한 군기로 지배된다.

70년대 연대 참모부, 중대 서무계를 담당했던 필자는 아무리 군기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휴가 명령지를 받지 않고 휴가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는 뉴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휴가에 관한 문제를 얼마나 자세하게 확인했는지 모르지만 국방부 장관이 혹시나 변경된 군 행정시스템을 모르는 소치가 아닌가 싶어 최근 만난 휴가병에게 휴가증이 있느냐는 질문부터 먼저 했다. 만약 국방부 장관이 부탁을 받아 휴가를 연장할 경우, 서 일병의 중대 서무계가 휴가 연장에 대한 첨부 서류를 갖춰 상신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군기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휴가 관련 서류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국방부 장관의 대답을 꼭 확인하고 싶다.

동작동 국립현충원 제2사병묘역에는 "그대들 여기에 있기에 조국이 있다" 묘비가 있다.

장군묘역의 안장을 거부하고 부하들이 묻힌 사병묘역을 선택한 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장군이 남긴 묘비 글이다. 국방부 장관은 누구를 대표하는 군인인가를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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