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도 서러워라커든…
늙기도 서러워라커든…
  • 하태화
  • 승인 2020.09.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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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사회복지사

10월 2일은 경로효친 사상을 앙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7년에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노인의 날이다. UN이 정한 국제노인의 날인 10월 1일로 맞추려 했으나 국군의 날과 겹쳐 이날이 되었다.

UN에서는 65세 인구가 전체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2025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이 예측되고 있다. 현재 전국 평균으로는 고령사회이지만 시골 면 지역만 본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노인 기준 나이를 65세에서 70세 전후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노인복지 비용의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했겠지만, 예전과는 달리 평균수명이 연장된 시대상을 반영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노인 기준 나이 조정과 상관없이 점차 초고령 사회로 가고 있기에 자연히 노인 문제가 뒤따른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4고(四苦)를 빈곤, 고독, 무위, 질병이라 하는데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노인학대가 있다.

2019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사례는 총 5천243건으로 여러 유형의 학대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데, 정서적 학대가 42.1%로 가장 많았다. 정서적 학대란 비난, 모욕, 협박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를 통하여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다음으로 신체적 학대가 38.1%인데, 이는 물리적인 힘 또는 도구를 이용하여 노인에게 신체적 손상, 고통, 장애 등을 유발시키는 행위 즉, 폭력, 폭행, 흉기사용, 감금, 화상 등 신체적 손상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다음으로는 방임이 9.0%로, 방임이란 부양의무자의 책임이나 의무를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거부, 불이행 또는 포기하여 노인의 의식주 및 의료행위를 적절히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이어서 경제적 학대 8.1% 등이 뒤를 이었는데, 경제적 학대는 노인의 자산을 노인의 동의 없이 사용하거나 부당하게 착취하여 이용하는 행위 및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연금, 임대료, 재산 등을 가로채는 등 경제적 학대 사례는 전년도보다 11.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 제공 및 의료 처치 등의 최소한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의도적 포기 또는 비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자기 방임도 3.5%나 되었다. 이 외에도 노인학대에는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유기`가 있다.

우리나라 70대 중반 이상의 노인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았고 광복과 전쟁을 경험한, 근대사의 격동기를 함께 하신 분들이다. 여러 사회적 악조건 속에서 자신들은 힘들게 살며 자식들을 위해 희생을 치렀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 만큼 발전한 그 바탕에는 이들 노인의 피땀이 밑거름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인학대 사례 중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84.9%이고, 이 중 아들 31.2%, 배우자 30.3% 순으로 노인과 가까운 사이일수록 노인학대의 가해자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노인학대는 노인 자신이 신고하기가 쉽지 않고, 대형 사건이 아닌 이상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우리의 현실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노인학대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노인 문제도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 주변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인학대가 가정 및 시설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어릴 때 내가 잘 성장하도록 보살펴 주었듯이 이제는 그분들이 인생의 황혼기를 평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내가 보살펴 드려야 한다. `늙기도 서러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송강 정철의 시조 훈민가의 한 수다. `짐`은 반드시 `그 짐`만은 아닌 듯하다. 노인학대 신고 전화는 1577-138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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