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0:44 (토)
상처를 주지 않고 이웃을 돕기
상처를 주지 않고 이웃을 돕기
  • 하성재
  • 승인 2020.09.15 0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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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청지기 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하성재 소장
선한청지기 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하성재 소장

`우동가게에 연말이면 가게 끝날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다. 엄마와 아들 2명, 그들의 주문은 우동 한 그릇. 하지만 주인은 친절함으로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으려고, 세 그릇을 줄 수도 있었지만 2인분을 한 그릇으로 만들어 준다. 그 가족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내서 사망하고, 그 사고 처리 비용을 갚으려고 열심히 생활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매년 마다 오던 그 가족은 드디어 우동 두 그릇을 주문한다. 이번에도 식당 주인은 3인분으로 두 그릇을 만든다. 시간이 가고 어느 해 연말이 돼, 엄마와 성인이 된 두 아들은 그 식당을 찾아 우동 세 그릇을 주문한다. 훌륭하게 자란 두 아들은 그동안 식당 주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의 내용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때론 복지투자를 소홀히 하는 정부를 변호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웃들이나 저개발국가의 한 지역을 돕는 일은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며 시작됐다 하더라도 얼마 후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일을 자주 본다. 이는 대부분 우리가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구제)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심지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그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도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구제는 신중한 주의와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스티브 코벳과 브라이언 피커트의 `헬프`에서는 이와 같은 잘못의 이유 중 하나가 `개발`이 필요한 곳에 `구제`만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로서는 단순한 구제 차원에서 벗어나 그 지역 혹은 공동체를 개발하는 차원에까지 나아가는 것은 경험도 없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키며 일을 진행해 나간다면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주도적인 변화를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동정을 베푸는 것은 그들에게서 변화의 가능성을 빼앗는 일이다. 도움을 받고 있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주도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자신들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제거할 수 없는 장애물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그들과 힘을 합하여` 제거하는 데 도움이 집중돼야 한다.

둘째, 돈이 아니라 관계로도 도와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계좌에 송금하는 것뿐 아니라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 돌보고 연대하는 공동체를 제공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다른 이들에게 온정을 베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 `어떻게`라는 것까지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눈에 띄는 자활의 성과들을 맛보게 해야 한다. 자기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 냈다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낡은 가옥을 개선해 줄 때에는 도움을 받는 가정들이 돈이든 물자든 노동이든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고 동참시켜야 한다. 가난한 부모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기증할 때에도 그들이 작은 돈이라도 내고 구입하게 함으로써 그 부모와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부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기가 직접 자기 집을 고치고, 자기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샀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행동하며 배워야 한다. 구제를 시작하기 전에 도움을 받을 사람을 다 알고 시작할 수는 없다. 그 일을 진행하면서 계속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진행이 필요하다. 함께 시도하고 함께 반성하고 다시 함께 시도하는 과정을 통해 도움을 받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30%가 전체 소득의 81%를 가져가고 남은 19%를 소득 하위 70%가 가지고 사는 불평등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힘든 상황이다. 잠시 주의를 돌아보고, 손을 조금 내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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