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06:53 (목)
끝과 시작 ①
끝과 시작 ①
  • 백미늠 시인
  • 승인 2020.09.13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미늠 시인
백미늠 시인

8월 마지막 날 나는 지금 기차공원을 걸어 금병산을 오르고 있다. 집을 나서면서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마스크를 본다.

구름이 낮게 떠 손에 만져 질 듯하다. 코로나 속에서 폭우와 폭염과 태풍을 지나온 하늘은 더욱 광활하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 끼고 손 자주 씻고 사람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비대면 활동이 일상이 됐는데도 여전히 불편하고 낯설다. 암울한 현실이다.

어디든 마음껏 다니다가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엄마 아빠를 따라 산이라도 오른다. 하지만 여전히 밝고 건강한 모습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착하다 순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른들 말에 고분고분하고 욕심 없고 고집부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이 돼서는 착하다는 말 대신에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나는 정말 착한 사람인가?`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인가?` 스스로 반문해 보면 나는 착하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애매하고 모호한 사람이다.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으로 상대방의 의견이나 요구를 잘 따라 주며 싫은 내색을 못 하는 것뿐이다. 그러다가 결정한 것을 번복하고 후회하며 자신을 학대하거나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불쑥 화를 내거나 자주 위축되는 성격의 원인을 따라 가보면 아주 오래전 그날이 떠오른다.

"미늠아 우리 집에 놀러 가자" "안 갈 건데" "가자. 우리 집에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고기 잡으러 강에 가셨고 엄마는 고기 팔러 장에 가셨다. 우리 집에 가서 숙제도 하고 그림 그리기며 놀자" 경희는 자기 뜻에 응해 주지 않으면 나를 따돌릴 것이다.
"알았어. 하지만 조금만 놀다가 바로 집에 가야 해"
경희 아버지는 농사짓는 마을 사람들과 다르게 고기 잡는 어부다. 낚싯배 고기잡이배 통통배가 3척이나 된다. 자기 방이라고 했지만, 책상 하나만 달랑 놓여 있을 뿐 손질을 끝낸 듯 가지런한 그물 타래가 벽에 걸쳐져 있고 손질을 하기 위한 그물 더미가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너는 여기다 그려라. 나는 여기에 그릴 게" 숙제를 마친 경희는 몇 장 남지 않은 스케치북과 몇 개 없는 몽땅 크레파스는 내게 줬다. 새 스케치북과 새 크레파스를 꺼내며 으쓱거렸다. 경희는 나보다 좋은 학용품을 가지고 있고 풍족했다. 그림을 그리던 경희가 갑자기 밖으로 나갔다. 낯선 방이라 나도 얼른 따라 나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2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