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33 (토)
자신을 소멸시키는 태풍 이야기
자신을 소멸시키는 태풍 이야기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0.09.09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잦은 가을 태풍으로 힘들다.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는 태풍 `장미`, `마이삭`과 `하이선` 등 역대급 태풍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등 오션뷰의 욕망에 공포를 안기고 흔들고 있다.

 마천루와 같은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와 건물은 태풍에 더해 `빌딩풍`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재난의 진원지로 대두되면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인간의 자세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바람의 길을 도외시하며 건축된 거대한 초고층 건물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힘을 보탠다. 난개발이 재난의 원인이 되는 불행한 인간 욕망의 끝을 보여 주고 있어 씁쓸하다.

 지구 열수지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태풍은 인간에게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 강둑을 무너뜨릴 엄청난 비와 나무가 송두리째 뽑히고, 등대를 삼길 거대한 파도를 일게 하는 강한 바람 등 속수무책의 태풍, 즉 자연재해에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인명피해를 입기라도 하면 태풍은 원수가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태풍을 두려워하고 나아가 태풍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태풍이 없다면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고 한다. 태풍이 없다면 적도는 훨씬 더 더워지고 우리나라 등 북반구의 육지는 지금보다 더 추워진다고 한다. 태풍은 태평양의 넘치는 열을 북쪽으로 퍼 나르는 열 배달부 역할을 한다.

 지구가 태풍이라는 과격한 방식으로 열 나눔을 하는 것은 지구 형태 때문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지구가 둥글게 생겼기 때문에 생겨난 자연현상이라고 한다.

 적도에 사는 사람은 일 년 내내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강한 태양 빛을 받는다. 이에 반해 북극권이나 남극권에 사는 사람은 지평선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희미하게 빛나는 태양만을 보며 산다고한다. 지구 공처럼 둥글기 때문이다. 적도의 육지와 바다는 뜨겁게 달구어져 그 열기로 공기를 데운다. 반면 북극권은 태양의 에너지를 충분히 받지 못해 늘 얼어 있고 공기 역시 차갑다.

 이 현상을 두고 `지구의 열수지가 맞지 않는다`라고 한다. 지구의 열수지 불균형을 그대로 두면 적도는 열이 넘쳐 나서 한없이 더워지고, 북극과 남극은 끝없이 추워지게 된다고 한다. 지구는 태풍을 통해 지구의 열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게 된다.

 태양 빛을 듬뿍 받은 적도 근처 바다 위에서 아기 태풍이 태어난다. 아기 태풍은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뭉쳐 뭉게구름이 생겨나고 이 구름은 회오리치며 위로 솟는다고 한다. 아기 태풍은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를 먹고 또 먹으며 성장한다.

 수증기가 섞인 공기가 저기압인 태풍 쪽으로 마구 몰려오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태풍이 바다 위에서 생겨난 구름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쭉쭉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태평양의 열기를 구름 형태로 단장하고 성장한 태풍은 평균 높이 15㎞, 너비는 수백㎞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게 자라 이동을 한다. 태풍은 바람에 떠밀려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태평양에서 품고 온 에너지를 메마른 육지에 내려놓는다. 육지에 비를 더 뿌리면서 태풍은 임무를 끝내고 소멸의 길에 들어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은 태풍이 휩쓸고 간 육지를 감싼다.

 잔인한 천기(天氣)의 두 얼굴이다. 그 덕에 적도와 북쪽은 더 더워지지 않고 더 추워지지 않는다고 하니 고마울 뿐이다.

 지구에서 태풍의 임무는 열수지 불균형을 해소다. 스스로 열 덩어리가 돼 묵묵히 일 하는 것이다. 거친 태풍의 무서운 이면에는 자신을 소멸시키면서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존재의 의미도 있다.

 온난화, 빌딩풍, 코로나19, 역대급 태풍은 인간의 과한 욕심이 보태어져 만든 재난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20만 년 전 등장한 인류가 46억 년을 버텨온 지구를 파괴했다는 역설에 감히 입을 뗄 수 있을까?

 `마스크 착용` `연대하려면 흩어져야 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당부를 허투루 듣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