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1:13 (토)
인성을 다는 저울이 있다면…
인성을 다는 저울이 있다면…
  • 김명일 기자
  • 승인 2020.08.30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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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미디어국장
김명일 미디어국장

인성을 다는 저울이 있다면 공직자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 텐데…, 70년대 징병 신체검사에서 체중이 미달하면 입대가 면제됐다. 당시 신체검사에서 몸무게 45㎏ 미만은 `병종` 판정을 받아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심사 기준이 강화돼 저체중으로 병역을 면제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병무청 징병 검사처럼, 만약에 `인성을 다는 저울이 있다면, 교사가 제자를 성추행하는 일도, 불법 카메라를 화장실에 설치하는 일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최근 도내 초중고등학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김해 모 고등학교 A교사는 지난 6월 말 교내 1층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교사는 전임지에서도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창녕 모 중학교 B 교사도 비슷한 시기에 교내 2층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또, 중학교 남학생은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붙잡혔다.

학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교사 2명은 파면됐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현직 중학교 교사와 고등학교 교사에 대해 각각 중징계인 `파면` 처분을 했다. 파면은 중징계 처분 가운데 최고 수위의 처분에 해당한다.

학교 내 불법 촬영 등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도 교육청은 조직 개편을 통해 성인식 개선 담당 전담 기구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증원해 기구의 기능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성폭력 관련 예방, 신고, 처벌, 지원 체제 등을 명확히 하고 제도화하기 위해 `성폭력 근절 및 재발 방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이 교사를 불신하고 교사가 동료 교사를 불신하는 교육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올바른 인성을 갖춰야 한다.

교사는 성장 과정에 있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무상 다른 어떤 공직자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안은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교사 임용 전 교원 양성 기관인 교대나 사범대 교육과정에서 교원 직무적성 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또, 성인지 교육을 통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교원 직무적성 검사 제도를 도입, 시행하는 것도 학교 성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기 직무적성 검사를 통해 인성함양 미달 교사의 불법적 일탈을 사전에 예방하고, 부적격자는 학교 현장에서 배제해 학교 성폭력 사건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7일 창원지방법원에서 김해 모 여고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한 A교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성범죄특례법`이 제정된 이후 경남에서 발생한 첫 교내 불법 촬영 사건이다. 따라서 해당 재판의 결과는 이후 디지털 성범죄 관련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남 A교사 불법 촬영 대응 모임은 "이번 판결은 단순히 피고인을 제대로 처벌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경남의 불법 촬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고 탄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학교와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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