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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에게 충간한 위징의 상소문
당태종에게 충간한 위징의 상소문
  • 경남매일
  • 승인 2020.08.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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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시무 7조 상소문 국민청원으로 여론이 분분하다. 그 내용이 너무 신랄해 청와대 참모들이 공개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청원자가 블로그에 올리자 뒤늦게 공개했다. 중국 남북조시대를 통일한 수나라가 개국 38년 만에 패망하고 이연이 당나라를 건국했다. 당고조 이연에 이어 `현무문지변(玄武門之變)`으로 보위에 오른 태종 이세연은 연호를 정관(貞觀)이라 정하고 23년간 재위하며 당나라를 확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당 태종과 위징, 방현경, 두여회 등 45명 대신의 언론을 주제별로 10권 40편 258장 8만여 자로 구성한 당태종의 치정(治政)기록이다. 매 편의 내용은 시대별로 순서를 정해 그 전후 관계와 정책 결정의 흐름과 결과, 상황을 쉽게 파악하도록 편찬했다. 정관정요의 편자는 오긍(吳兢:670~749)으로 중국 하남성 개봉 출신이며 측천무후, 중종, 고종, 현장 4대에 걸쳐 사관 겸 책사로 봉직했다. 천하를 통일한 당 태종 이세민은 정관 11년(637년)까지는 강한 의지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성군의 치도를 보였다. 그 결과 천하는 안정되고 국운이 창성해 중국역대 왕조 이래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다. 그러나 후기에 들어가면서 점차 사치와 향락에 빠져 방종해지면서 겸손에서 독선, 허기납간(虛己納諫)에서 불호직언(不好直言)으로 변해갔다. 이에 충신 위징(魏懲)은 정관 13년(639년) 태종의 과오 열 가지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자고로 제왕에 오른 다음에는 모두가 만대를 이어가도록 그 자손을 위해 묘책을 짭니다…치국의 도를 말할 때면 반드시 먼저 순박하게 해 부화를 억제하고 인물을 등용할 때는 충량(忠良)을 귀히 여기고 사녕을 멀리하며, 제도를 말할 때는 사치를 끊고 검약을 숭상하고, 물산을 거론할 때는 곡식과 옷감을 중시하고 진기한 물건을 천하게 여기겠다고 합니다. 천명을 받은 초기에는 이를 잘 준수했으나 지금은 이를 지키지 않고 풍속을 어기는 것은 무슨 연유이겠습니까. 이는 공도가 사사로운 정에 빠지고 예절은 자신의 기욕에 의해 허물어 버리기 때문입니다…중략" 이처럼 서두를 꺼낸 후 태종의 과오 열 가지를 나열하며 직간했다.

첫째, 집권 초기에는 청정으로 정사를 펴 모두가 그 교화를 입었으나 그 풍화가 점차 추락해 남의 말을 듣지 않아 중간 정도의 임금도 넘어서지 못한다고 했다. 둘째,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바르면 평안을 얻을 수 있음에도 근년에는 큰 궁전을 짓는 등 토목 공사를 벌려 백성을 힘들게 하고 사치와 방종으로 겸손과 검소함을 잃었다고 했다. 셋째, 교만과 사치에 빠지고 넷째, 명예와 절의를 저버리는 소인배를 가까이하고 다섯째, 진기한 물건의 공납과 호사를 즐긴다고 했다. 여섯째,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기보다 호악을 가리는 부당한 정실인사를 하고 일곱째, 사냥놀이로 정사에 소홀함을 지적했다. 여덟째, 충간하는 신하의 말을 꺼리어 간언을 피하고 간신들의 말에 미혹되며 아홉째, 자신의 초기 업적을 내세워 오만과 자만에 빠져있고 병사를 멀리 보내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열째, 재난을 미리 대비하지 않고 백성의 등골을 빼먹는 상납을 가납한다고 했다.

위징의 상소가 올라오자 태종은 그를 불러 이렇게 답했다. "남의 신하가 돼 임금을 모시면서 그 뜻을 따르기는 아주 쉬우나 임금의 뜻을 거스르기는 아주 어렵소…지금 내 허물을 듣고 이를 고치도록 노력하겠소. 만약 이를 위배한다면 내 무슨 낯으로 그대를 볼 수 있겠으며 무슨 방법으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소. 그대의 상소를 보니 그 말이 강하고 이치에 곧음을 느껴 이 상소를 병풍에 붙여놓고 조석으로 쳐다보고 있으며 사관에게 이를 기록해 천년 뒤에 임금과 신하의 의리를 알 수 있도록 바라고 있소" 태종은 위징에게 벌을 주기는커녕 황금 10근과 말 2필을 하사했다. 그는 천하를 평정한 황제였지만 현군이었기에 위징의 충간을 채납한 것이다. 당태종과 위징의 예로 미루어 볼 때 지금 청원 동의가 26만 명을 초과한 시무 7조 상소문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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