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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걱정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8.26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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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핫(Hot) 하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가 달렸다. 짐작한 대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책의 제목이다.

`한 번도…`는 25일 서점 배본 첫날 초판 5000부가 모두 소진돼 증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데 갓 출판된 책이 날개 달린 듯 단숨에 팔려 버린 열광 현상에 관심이 간다. 아직 구매 계획은 없지만 초판 매진 현상 이유가 궁금하다.

`한 번도…`는 한마디로 `조국흑서`라고 한다. 조국 백서 격인 책 `검찰개혁과 촛불시민`(부제 `조국 사태로 본 정치검찰과 언론`)에 대응해 출판된 `한 번도…`는 출판 기획과 과정은 판이하다. `검찰개혁…`은 모금으로 제작된 책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관 후보지명 이후 제기된 의혹과 논란들을 일지로 만들었다. 조국을 향한 수사와 의혹 제기에 대해 지지자들이 검찰과 언론의 민낯을 기록하겠다며 제작을 기획했다고 한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8일 백서 제작을 위한 모금 발표 이후 모금 시작 나흘 만에 목표액인 3억 원을 달성하는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애초 3월 말 제작ㆍ배송할 계획이었지만 5개월가량 늦어져 이달 초 출간돼 온ㆍ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4부로 나눠져 있는 책은 1부는 총론 격인 `조국 정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부는 `검란: 조국 사태와 정치 검찰`, 3부는 `언란: 조국 사태와 언론`이다. 4부는 `시민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서초동 촛불 집회와 1인 미디어의 활동, 언론 보도 모니터 활동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지난 2019년 8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촉발돼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로 시작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과정에서 검찰개혁 의제는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부정부패 논란으로 왜곡되고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의 인권은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책 출간 추진위는 말하고 있다.

`한 번도…`는 대담집으로 출판됐다. 5명의 대담자는 모두 과거 진보 진영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조국백서, 조국흑서 모두 집필자 대담자는 진보 인사인 셈이다.

`한 번도…`의 대담자인 김경률 회계사는 조국에 대한 참여연대의 침묵에 분노해 단체를 탈퇴했다. 권경애 변호사 역시 민변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해 정권 비판에 나섰고 황우석의 음모를 밝혀냈던 강양구 기자는 문 정권의 음모를 밝히겠다며 나섰다.

사회의 기생충을 잘 아는 서민 교수,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자진해서 무덤으로 들어갔던 미라논객 진중권 전 교수가 돌아와 정권 비판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시절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과 치열하게 싸웠으나 이 책을 시작으로 현 정부와의 싸움을 시작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이 책에서는 `미디어의 몰락, 지식인의 죽음`, `새로운 정치 플랫폼, 팬덤 정치`, `금융시장을 뒤흔든 사모펀드 신드롬`, `위선은 싫다! 586 정치엘리트`,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위하여` 등 다양한 사회현상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내용이 정반대인 책들의 출간 상황이 불편하고 안타깝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감염병 시대를 겪고 있다. 불가항력적 감염병 현실과 함께 또 다른 현실인 정치권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민주주의가 끝장난다는 그들의 주장이 불안하게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임사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되고 차용되는 현실 상황이 안타깝다.

진영을 불문하고 정치권은 `민주주의 끝장`이라는 그들의 주장에 일단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 수호에 힘을 결집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소명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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