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8:46 (수)
잃어버린 마스크
잃어버린 마스크
  • 경남매일
  • 승인 2020.08.20 0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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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칠 수필가 / 약사

오늘은 마스크와 관련 있는 이야기다. 아직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 이 코로나 전쟁은 언제 끝날까.

사람은 왜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까. 학교 간 아이가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부터 먼저 한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아마 80% 이상은 잠시 `친구를 만나겠지`, `배고파 편의점에 뭐 좀 먹고 오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나쁜 친구에게 꼬여 이상한 곳에 간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 길에 쓰다 버린 마스크 때문이다.

평소처럼 왕릉에 갔다. 입구를 지나 화장실 앞에 왔다. 하얀 물체, 줄이 끊긴 마스크였다. 전에도 가끔 인도에 버린 마스크를 보고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종이컵이나 일회용 커피잔과 음료수 캔 등은 예사로 여기지만, 길에 버린 마스크는 용납할 수 없었다. 마치 바이러스가 붙은 오물 덩어리처럼 보기도 싫고 만지기도 싫었다. 항상 길에 마스크를 버린 사람을 곱잖은 눈으로 봐왔다.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텔레비전 화면을 본 적이 있다. 일반 쓰레기와 달리 마스크를 버릴 때 2번 접어 마스크 끈으로 단단히 묶어버리라고 했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세상에 마스크를 어떻게 길에 버려?"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오는 사람들 가운데 헌 마스크를 버리고 새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다. 헌 마스크를 아무 생각 없이 버린다. 어제도 외국인이 쓰레기를 어디에 버릴까 물었다. 카운터 위에 올려놓으라고 했다. 그가 돌아간 후 보니 헌 마스크도 함께 있었다. 마스크를 직접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지난 금요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왕릉에 갔다. 동영상 촬영하는 중이었다. 마스크가 거추장스러워 썼다, 벗다를 반복했다. 촬영을 마치고 약국에 와보니 마스크가 없어졌다. 왕릉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후회했다. 길에 떨어진 마스크를 버렸다고 생각했으나, 절대 버리지 않았다. 흘렸거나, 잃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나는 마스크를 버렸다고 단정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나.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 섣불리 어떤 일을 부정적인 마음으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찜통더위다. 마스크 쓰기가 만만찮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귀에 걸거나, 턱 아래로 내려놓으면 쉽게 흘러내리거나 잃어버린다.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마스크를 잃은 사람을 몰상식하다고 판단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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