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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장 편향된 역사 인식 국론분열 초래
광복회장 편향된 역사 인식 국론분열 초래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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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

김원웅 광복회장이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행한 기념사를 두고 국론이 양분되고 있어 광복절을 맞아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광복회장의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먼저 김 회장은 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고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라고 손가락질 하기전에 자신부터 냉정히 되돌아보는 성찰이 절실한 사람이다. 김씨는 주지하다시피 전두환 정권 시절에 민정당 조직국장을 지냈고 광주시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광주학살 원흉이라고 일컷는 전두환 정권에서 일한 사람이다. 오늘날 김씨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은 사실상 5공시절에 쌓은 것이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광주학살 원흉들과 일한 전력이 있는 자신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똑바로 세우려면 친일파와 더불어 군부독재, 학살정권의 부역자들도 철저히 청산해야 하지 않겠는가.

고 이승만 대통령은 6ㆍ25전쟁 때 미국이 일본군을 한반도에 투입하려 하자 "일본군이 참전하면 일본군부터 먼저 쳐부수겠다"고 했다. 평화선인 `이승만 라인`을 기습 선포해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굳힌 것도 이 대통령이다. 일본 우익 진영 머릿속에 이승만은 상종 못 할 반일(反日) 인사로 인식돼 있다. 진보 진영의 친일파 논리는 이 전 대통령이 일정시대에 부역한 사람들을 광복 이후에 청산하지 못한 것을 두고 비판이 강하지만, 이러한 발상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조직해야 했던 건국 현실을 무시한 운동 논리로 밖에 볼 수 없다.

김씨는 고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애국가마저 부정하면서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애국가는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의 애국가는 1930년대 안익태 선생이 작곡했다. 1940년대 들어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부르며 전파돼 대한민국의 국가가 됐으며, 그 후 80년간 식민지 때부터 현재의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될 때까지 한국인 가슴 속에 살아 숨 쉬어 온 노래다. 김씨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애국가는 6ㆍ25전쟁과 5ㆍ18 광주 항쟁, 나아가 민주화 운동을 할때도 국민이 함께 불렀던 노래이지 않는가. 특히 이번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도 대통령과 모든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함께 불렀는데, 그럼에도 애국가를 폐기해야 하겠는가.

야당은 김씨의 기념사에 대해 `국민을 이간질시키는 망나니짓`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지만, 여당은 `친일파 대변하냐`고 응수했다. 일제 통치에서 해방된 날과 잃어버렸던 나라를 다시 세운 날을 동시에 축하하는 광복절에 국민은 또 두 갈래로 찢겼다. 우리 민족이 해방된 날을 축하하기 위한 8ㆍ15 경축식장에서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이러한 축사를 해야 하는가.

역사와 보훈의 문제를 소모적인 이념 논쟁으로 만드는 것은 여당의 정치적인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을 두고도 그랬지만 여당의 인기가 추락하고 정치적인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친일파 프레임으로 정치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진보여당이 맛을 본 친일 프레임은 여당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김씨의 기념사는 정치 유세로 여길 만큼 편향적이고 분열적인 언사로 가득했다. 일부러 논란을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김씨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워킹그룹을 `일제 통감부`에 비유하는가 하면, 고 백선엽 장군을 칭송한 주한미군사령관을 본토로 소환하라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를 넘어 아예 빗나갔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이 아닌, 우리 사회 내부를 겨냥했다.

김씨는 "친일 청산은 여당과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보수ㆍ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제시한 `민족대 반민족` 구조는 그런 편 가르기와 과연 무엇이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모인 광복회는 우리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한다. 국민통합이 절실한 이 시점에 선동적인 논리로 분열을 부추기는 김씨가 광복회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를 하려면 광복회장직은 내려놓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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