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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경쟁이 교육을 망친다
과도한 경쟁이 교육을 망친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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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한 분이 택시를 몰게 됐다. 그런데 이 기사가 어느 날 밤 만취한 젊은 승객을 태웠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여 승객으로부터 카드를 받아 결제를 하려 했다. 그러나 그 카드는 한도 초과로 결제를 할 수가 없었다. 나이 많은 기사는 젊은 승객에게 ‘손님, 이 카드는 한도 초과로 결제가 되지 않네요’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만취한 젊은 승객은 대뜸 ‘뭐야? 카드단말기가 고장이 아냐? 그럼 이걸로 해 봐’라고 투덜거리며 다른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 카드 또한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난감해진 기사는 자식뻘밖에 안 된 젊은 승객이 반말을 하는 것에 마음이 상했으나 취객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가는 큰 싸움으로 번질 것을 생각하여 ‘이 카드도 안 된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승객은 온갖 욕설을 퍼붓다 못해 나이 많은 기사에게 폭행까지 가했고 결국은 이를 보던 주변 사람들에 의해 경찰에 넘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폭언과 폭행을 완강하게 부인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승객은 강남의 개업의였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의대를 졸업하고 개업의가 되기까지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엄친아’였을 것이다. 돈 걱정을 해 본 적은 없었을 것이고 최고의 강사에게서 과외 지도를 받았을 것이며 학교 성적은 줄곧 전교 상위권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과 부모가 목적한 바를 이루었을지 모르나 가치관을 상실한 인격과 행동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입을 상처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살벌하고 정이 메마르기까지는 오로지 1등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온 그릇된 교육관이 가장 큰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초ㆍ중등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과 성적 위주의 교육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지나친 경쟁으로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반 친구들끼리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 미움, 그리고 은근히 자기보다 나은 친구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풍토 속에서는 교육의 선진화는 결단코 이루어질 수 없으며 교육의 선진화가 없이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3만 불에 가깝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4만 불, 5만 불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의식과 문화가 선진화되지 않는다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랍권의 산유국들이 국민소득이 높아도 선진국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가 많은 것처럼 돈이 인격과 품위를 대변하고 국민소득이 국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경쟁심을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경쟁을 통한 교육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장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남녀노소, 인간에게는 경쟁심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에 배워서 지니게 된 것이다. 가정과 사회가 그 사람에게 경쟁심을 조장하지 않으면 그것이 움트고 자랄 수가 없는 것이다. 남을 위하고 돕는 학교 풍토를 조성하고 이러한 것이 얼마나 자신과 모두를 발전시키고 행복하게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면 이러한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어가는 나라는 얼마나 복되고 유정한 사회가 되겠는가! 남의 성공을 자기의 성공처럼 기뻐하고 공동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제 구실을 다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육성시켜 가는 것이 진정한 참 교육이 아니겠는가! 물론 현실사회가 경쟁의 수라장인데 학교 교육에서만 학생들의 경쟁심을 거세한다면 그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할 경우, 도태되어 버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혼자만을 위하는 이기적 발상 때문이다.

오늘날은 에디슨처럼 혼자서 어떤 것을 발명하고 성취해가는 세상이 아니라 여럿이서 협동하여 이루어가는 시대이다. 때문에 교실에서부터 낡은 경쟁 대신에 협동의 새싹이 우렁찬 함성으로 돋아나오게 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타고 난다. 때문에 꼭 공부 성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구분 짓는 방법은 매우 위험하고 후진적인 발상인 것이다. 비록 천재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그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지만 천재는 아닐지라도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지나친 경쟁은 미움과 분열을 가져오지만 협동은 사랑과 창조를 잉태하는 가장 소중한 원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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