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28 (토)
아침 목욕
아침 목욕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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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전 의령군 부군수
전 마산대학교 외래교수

나는 거의 매일 아침 목욕을 한다. 아침 목욕을 하게 된 동기는 45여 년 전 군대 생활을 마치고 군청에 복직해 30여 명으로 군청조기회 축구회를 조직해 아침에 공설운동장에 모여 공을 차고 다 같이 아침 목욕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니까 회원들이 거의 다 목욕을 하지 않고 해서 나는 목욕탕 주인 보기가 미안해서 나 혼자라도 한 달은 하고 그만 둬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아침 목욕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습관이 되어 아침 목욕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아침 목욕의 마니아가 됐다.

나는 매일 아침 5시경에 일어나 1시간 정도 걷고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한다. 몸을 씻고 반신욕 탕에 들어가 반신욕을 한다.

내가 반신욕탕에 들어가 있으면 같은 시간대에 오는 지인 2~3명 정도가 같이 반신욕을 한다. 반신욕 중에 자연스럽게 근래 지역에 있었던 이야기가 서슴없이 나온다.

지역이 좁고 농촌이다 보니 올해는 양파 값이 좋고 마늘 값은 안 좋다더라, 누구 집의 논에는 벼가 벌써 다 피었더라, 어느 집 아들이 이번에 고시에 붙었다 등의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의 장이 되곤 한다.

오늘 반신욕을 마치고 나오니까 한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와서 손자의 등을 밀어주며 목욕을 시켜주고 손자는 고사리 손으로 할아버지의 등을 밀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의령은 어린이가 별로 없는 지역이라 목욕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 쏠렸다.

나는 부모님을 봉양하고 생활했기 때문에 목욕을 같이하는 등 내 아들 딸들에게 어릴 때 사랑의 표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 시절은 부모님 앞에서 내 아들 딸들을 좋아하는 표현을 쉽게 하지 못하는 때였다. 그런 시절이다 보니 아들을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하는 사랑의 목욕을 해본 경험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내 아들과 같이 해 보지 못한 목욕을 다음에 내 손자가 할아버지 집에 오는 날 내 손주 녀석과 같이 목욕탕에 가서 등도 밀어주고 고사리 손으로 할아버지 등도 밀게 하여 아들에게 하지 못한 사랑의 추억을 꼭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아침 목욕은 내 건강을 지키는 비결임과 동시 정보교환, 선후배들과 만남과 사랑의 추억을 만드는 장이된다. 우리 모두 아침 목욕을 해 건강한 노년 생활을 활기차게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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