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어르신
노인과 어르신
  • 경남매일
  • 승인 2020.08.1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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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1961~ )이 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은 천만 부가 넘게 팔린 세기의 베스트셀러이다. 요양원에서 무료하게 살아가던 주인공 알란 칼슨은 어느덧 백세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시장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물려와 백세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고 법석을 떠는 모습이 알란 칼슨은 매우 못마땅했다. `백세 생일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의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어떤 변화나 재미있는 사건도 없이 안락하기만 한 요양원이란 엿 같은 삶에 염증을 느낀 알란 칼슨은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이후 그는 본의 아니게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무수한 사건에 연루되며 종횡무진, 좌충우돌하며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힘든 여정을 계속하면서도 그는 `90대는 팔팔한 청춘이며 이제 겨우 100살이 된 자신은 청춘의 시기를 약간 넘겼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100세 노인이지만 개구쟁이처럼 끝없이 사건을 저지르다가 102세가 돼야 첫 결혼을 한다. 비로소 새신랑이 된 것이다.

 저자인 요나스 요나손은 책의 제목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이라고 붙였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개구쟁이`라고 해야 적확(的確)한 표현일 것 같다. 십여 년 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된 적이 있었다. 작가 요나슨은 나이에 기대 대접받기만을 바라는 일부 노인세대의 늙고 고루한 사고와 행동에 일침을 가하며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오래 전, 필자가 지하철에서 목격한 풍경이다. 앉아 있는 20대 초반의 여성 앞에 연세 드신 노인이 서서 가고 있었다. 그 노인은 젊은 여성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기분이 불쾌했던지 많은 사람이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어허~ 말세야, 말세. 요즘 젊은 것들은 어른을 보고도 자리 양보할 줄을 몰라. 너는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쯧쯧!" 얼굴이 벌겋게 된 젊은 여성이 일어나 그 노인에게 `앉으시라`고 자리를 권하자 더욱 큰 소리로 "됐다. 내가 앉고 싶어서 그런 줄 아느냐? 예의라고는 없는 네 버릇 고치려고 그랬다"고 말하며 매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젊은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다음 구간에서 내려버렸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무척 우울했다. 연세 드신 노인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이고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속한 것이지 법적으로 정해진 규율은 아니다.

 노인(老人)과 어르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둘 다 나이가 많은 분들을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노인(老人)은 `나이가 많아 늙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나이가 많아 늙었으되 품위와 품격을 갖춰 젊은이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노인이 되기란 쉽지만 어르신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창문 넘어...`의 주인공 알란 칼슨처럼 100세가 넘어도 나이 자랑 하지 않으며 젊은이 못지않은 푸른 사고(思考)와 행동을 가진 사람이 어르신이다.

 일찍이 사무엘 울만(Samuel Ulman)은 그의 시 `청춘`에서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라고 노래했다. 이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고 이상의 별빛을 바라보는 자, 젊은 사람에게 대접받으려 하지 않고 풍부한 인생경험과 축적된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공감하기를 원하는 자,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격려하고 보듬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어떤 젊은이가 존경하고 따르지 않겠는가! `버릇없는 요즘 젊은이들`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며 말과 행동에서 품위와 품격을 갖춘다면 어떤 젊은이가 이런 어르신을 존경하고 따르지 않겠는가! 결국 문제는 남에게 있지 않고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천년 고목이 나무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 사람이 모이듯이 고고한 인격의 향기가 풍기는 삶을 산다면 늙은 사람이 아닌 어르신으로 존경받는 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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