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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반`의 만남이 없는 무지한 정치판
`정`과 `반`의 만남이 없는 무지한 정치판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0.08.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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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세상은 정(正)과 반(反)이 만나 합(合)을 이룬다. 변증법적 논리의 세 단계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반합은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이 얽히고설켜 높은 단계의 판단에 이른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세상일에 상식이 통한다면 그 사회는 물 흐르는 순리를 좇을 수 있어 살만한 곳이다. 상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괜히 머리가 띵하다. 요즘 우리 정치판에는 상식이 구르지 않는다. `정`과 `반`의 만남도 없다. `반`이 무조건 `정`이 되는 무지막지한 정치판이다.

한 달 만에 침묵을 깬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을 두고 세상이 시끄럽다. 윤 총장은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가치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서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설명을 붙였다. 선배 검사가 신임 검사에게 조언과 격려를 하면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언급한 부분이 화근을 불렀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하는 모양새다. 오해를 부르는 불필요한 발언을 할 게 아니라 현실 정치에 뜻이 있으면 옷을 벗고 당당히 나서라는 `조언`도 참 얄궂다.

우리 정치판이 정반합을 잃고 정과 반이 따로 논 지는 오래됐다. 진보와 보수의 극명한 대립은 정과 반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반을 들고 정을 만들어 버린다. 힘이 진실보다 훨씬 세다는 것을 항상 보여준다. 사실과 상관없이 목소리를 높이면 지지자들은 무조건 박수를 보내는 저질 구도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판에 진실은 없다고 자위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래도 진실이 힘을 이겨야 한다고 내세우면 좌절을 맛보기 십상이다.

윤석열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띄우는데 최고 공로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는 말이 나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몰아세우는데 `정`의 칼을 들기보다 `반`의 칼을 휘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진실을 감추고 반대를 들어 정의로 내세우려 하니 희한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국회가 여야 논의의 장이 되고 소통의 보루를 포기했다. 연일 거대 여당이 국민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을 거침없이 통과시키고 있다. 반대가 없는 통과는 반드시 화를 부른다. 여당이 하면 무조건 정당하다는 오만이 넘쳐흐른다. 정치에 정이 반을, 반이 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훗날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그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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