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기반이라 해도 그렇지， 추풍령 이남(以南)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이 나라에 호남과 충청도만 있느냐란 말이 나온다. 2018년 지정된 고용ㆍ산업 6개 위기지역 중 경남 4개 지역 포함은 경남경제 적신호란 의미다. 잿빛인 경남과 달리， 특정지역에 지원된 정부 신산업정책에 빗댄 절박한 목소리만큼， 경남홀대론도 나돈다.

집권여당인 만큼 8ㆍ29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부산ㆍ울산ㆍ경남 대의원대회는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막말과 말실수가 속출， 비난도 샀다. 모 유력 후보는 가덕도신공항 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혀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다. 또 100% 경남해역인 항만과 남부내륙철도까지 보태 국가균형발전의 축은 부산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 입장을 대변한 것인지는 몰라도 경남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언행이다.

성추행 재판에서 "혐의는 인정하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재임 때 부산 이익에 우선했다. 김해구간이 길어도 도로명은 부신외곽도로다. 그러고도 걸핏하면 부ㆍ울ㆍ경이다. 2018년 부ㆍ울ㆍ경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후 취임도 전에 회동， `원팀`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꺼냈다.

부산지역 언론은 부ㆍ울ㆍ경이 뭉쳤다는 기사까지 보탠다. 이에 대해 경남사람들은 영화 `친구` 대사를 인용한다. 배우 장동건이 유오성에게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며 말한 그 대사를 빗대 "경남이 부산 시다바리인 줄 아나"라고 말한다. 부산강서구청장 등 반대론자도 없지 않다. 반대하는 만큼 타당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대세는 가덕도 인듯하다. 경남과 멀어지는 공항， 밀양이 더 적지란 용역 결과는 안중에도 없다. 경남도민들은 눈을 부라리고 지켜본다.

경남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안전ㆍ소음을 거론， 김해공항 확장 불가를 주장했다. 하지만 김해공항은 이름만큼이나 접근성이 좋아 도민 이용이 잦다. 경남발전을 위해 김해공항은 존속돼야 한다. 그렇다면 김해공항 안전은 왜 거론하지 않는가. 때문에 이율배반적이란 말이 나온다. 만약， 김해공항이 폐지된다면 경남 중ㆍ동부 산업계는 직격탄이다. 물론 부가가치도 하락할 것이다.

내가 정당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시각으로 보기엔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로 청문회를 시작한 모 교수의 말만큼이나 정치인은 말장난 같은 말을 할 때가 많다. 물론， 곤궁한 순간을 모면하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비난을 부른다. 캐디를 성추행하고도 "손가락 끝으로 명찰을 툭 건드렸을 뿐"이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호통 치고도 "갑질을 당했다"며 말장난 같은 말을 경남 출신 전ㆍ현직의원들은 쉽게 해댔다.

인터넷 공간에 `나라가 니꺼냐(네 것이냐)`는 문구가 등장해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다. `나라가 네 것이냐`는 문구는 부동산 문제에 국한된 물음만이 아닐 것이다. 일방통행 국정운영을 봐온 많은 국민의 개탄과 원성이 그 말에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서 통합당 무능도 탓한다. 총선 공천에 빗대 깜냥인지를 꼬집는다. 입법 독재란 주장보다 공천에서 배제된 다선의원을 생각나게 한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란 통합당 Y의원 레전드 연설이 화제다. 충청권 B의원은 빗댄 글에서 "이상한(경상도) 억양이 아닌 사례니 평가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특정지역에 대한 폄하 발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경상도 억양마저 폄하 논란으로까지 치부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나? 송족대절 기질이란 경남 도민， 풀 죽은 듯 입을 닫고 살아야만 하는지를 되낸다. 시다바리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