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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배출 꿈꾸는 교육 기부 두 거목
노벨상 수상자 배출 꿈꾸는 교육 기부 두 거목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7.30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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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지난 25일과 23일 부산 부산대학교와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는 이별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고 경암 송금조 선생(98)과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83. 카이스트 발전재단 이사장) 두 거목의 이야기이다.

교육 기부 거목인 어르신 두 분의 아름다운 기부 이야기가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부산대는 25일 부산시 서면 경암교육재단 2층 경암홀에서 부산대학교ㆍ경암교육문화재단장(葬)으로 경암 선생 영결식을 거행했다. 대학 본관 1층에는 분향소가 마련돼 선생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같은 달 21일 오후 별세한 경암 선생은 양산 철마 출신으로 고향인 부산대 양산캠퍼스 건립을 위해 305억 원 기부를 약정했다. 부산 캠퍼스가 포화상태였던 부산대는 제2캠퍼스 조성을 추진했다. 학내 갈등을 넘어 부산대는 양산 물금신도시에 112만 4천㎡ 부지 매입에 나섰으나 자금 부족으로 물거품 위기를 맞았다. 당시 고 오근섭 양산시장 등 지역민이 나서 경암 선생에게 고향 양산발전을 위해 기부를 요청했다. 경암 선생의 통 큰 결정으로 부산대는 미래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태어난 경암 선생은 어린 나이에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닭을 키우는 등 일찌감치 생활인이 됐다. 17세에 초등학교 졸업 후 약품도매상, 미곡상, 정미소, 양조장, 플라스틱 사출공장, 봉제공장 등을 전전하다 해방 후인 1948년 약품도매상인 태양 약품을 창업하면서 기업가로 성장했다. 1974년 태양사와 태양산업사를 잇따라 창업, 금속기계산업을 시작해 독일 등 유럽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증받으면서 사업이 성장했다.

수익금 환원에 나서면서 1985년 태양학원(경혜여고)을 설립하고 2003년 부산대 양산캠퍼스 조성 비용 305억 원 약정과 2005년 사재 천억 원으로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해 국내 최고의 학술상인 경암학술상을 만드는 등 교육 발전에 공헌했다.선생은 부산대 양산캠퍼스 건립 등 양산교육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명예 양산시민패를 받았다.

이수영 회장은 지난 23일 카이스트에 67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2012년 80억 원, 2016년 10억 원 미국 부동산 유증 등 90억 원을 기부했다.

지금까지 기부총액은 766억 원으로 카이스트 역사상 최고액이다.

서울법대 출신으로 10년 넘게 서울신문, 한국경제신문 등 일간지 신문기자로 일하다 1971년 돼지 2마리로 목장을 시작해 모래 채취와 부동산으로 사업을 확장해 돈을 벌었다고 한다.

미혼 여성 사업가로 온갖 차별을 견디며 평생 일궈온 재산이었지만 80년대 격동기에는 이권을 노리는 조직폭력배에 쫓겨서 트렁크 하나 갖고 집을 탈출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과학이다"는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의 태도와 말에 감명을 받아 한국 과학교육 요람인 카이스트 발전을 위해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날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기부 약정을 했다.

2012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KAIST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KAIST가 우리나라 발전은 물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기부 배경과 함께 "세계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반도체 석ㆍ박사 연구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라며 KAIST가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드높이는 데 이번 기부금이 쓰이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라도 대학재정은 빈사 상태이다.

`학문의 자유는 대학재정의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부는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두 어르신의 눈부신 교육 기부가 새삼스럽게 더욱 빛나는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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