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8:01 (목)
천년의 역사ㆍ현재가 상생하는 공간 ‘시민에게 생명력 선사’
천년의 역사ㆍ현재가 상생하는 공간 ‘시민에게 생명력 선사’
  • 강보금 기자
  • 승인 2020.07.29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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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향기
창원 성주사

도시의 허파 불모산 서쪽 위치
2만5천여명 신도 ‘곰절’로 불려
휴식과 마음 치유 공간 ‘발길’

“모든 생명은 깨달음
세계에 머무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성취감이지요

성주사 찾아와서
단 1% 라도 마음의
짐을 비우고 개운하게
돌아가길 바라지요”
불모산 서북쪽 기슭에 들어선 성주사는 ‘곰절’로 불리며 창원시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비 내리는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두 눈에 품어 본 적 있는가. 창원시의 허파라 일컫는 불모산의 서북쪽 기슭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말사 불모산 성주사를 찾았다. 처마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산사의 아침을 깨우는 시각, 법당에서 성주사 주지인 법안 스님이 기자를 맞으며 합장을 한다.

성주사는 835년 신라 흥덕왕 때 왜구를 물리친 무염국사를 기리기 위해 창건됐다. 천년고찰 성주사에는 2가지 창건 설화가 전해오고 있다. 첫 번째 창건설은 ‘성주사사적기’에 전하는 내용으로 835년 무염국사가 창건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웅신사로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1592년 선조 25년에 임진왜란으로 절이 소실되자 진경대사가 1640년 현재의 위치에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이때 소실된 절터에 목재를 쌓아 두었는데 밤사이 산에서 내려온 곰들이 현재의 절터로 옮겨 놓아 스님이 이를 부처님의 뜻으로 알고 현재의 위치에 절을 옮겨 지었다고 전해져 ‘곰절’이라고도 부른다.

성주사 주지 법안 스님
성주사 보물 제1729호-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또 다른 하나의 창건설은 남방불교전래설로 불교의 어머니라는 뜻의 ‘불모산(佛母山)’의 유래가 전해진다. 가야시대 서역인 인도에서 온 허왕후와 사촌오빠인 장유화상이 가락국 해변에 도착해 허왕후는 수로왕의 왕비가 되고 장유화상은 불모산으로 입산해 이 땅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현 성주사가 위치하고 있는 산이 불모산이다. 따라서 성주사는 가야시대 남방불교가 전파된 가야사찰로 여기기도 한다.

성주사는 통합 창원시의 중앙에 위치한 사찰로 통합 창원시에서 가장 큰 사찰이다. 창원시민뿐 아니라 주변 김해와 부산 등과 인접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 이 때문에 현재 성주사에는 약 2만 5천여 명의 신도가 찾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찰 앞 요천계곡은 예로부터 시민에게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법안 스님은 “예전의 절은 임법당의 역할만으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는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시대가 달라져 많은 사람이 찾아와 자신을 정화하는 곳이 됐다. 현재 성주사는 그런 곳이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만 일컫는 것이 아니다. 불자들만의 공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가 깃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사찰은 열린 공간이다. 상처 받은 모든 생명체가 모여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주사 보물 제1737호 - 몽산화상육도보설.
성주사 보물 제1732호 - 감로왕도.

천년고찰인 성주사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다수의 문화재도 소유하고 있다. 보물 제1729호 목조석가여래좌상, 보물 제1732호 감로왕도, 보물 제1737호 몽산화상육도보설, 등이다. 또한 현존하는 당우는 대웅전을 비롯해 영산전, 지장전, 설법전, 관음전, 삼성각과 불모루(종무소), 요사채(안심료, 동별당, 응진암), 향적당(공양간)이 있다.

지난해 5월 부주지로 와서 지난해 11월 주지로 임명 받은 법안스님은 1980년 범어사에서 덕명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2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4년 범어사 전문강원 대교과와 1989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 졸업한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국장, 기획실장, 중앙종회 제11, 12, 13, 15대 의원, 중앙종회 부의장, 서울 금선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법안 스님은 성주사의 주지로 임명된 후 사찰의 본연의 역할이 무엇일까를 가장 고민했다고 밝혔다. 법안 스님은 “열반의 세계로 가는 모든 노력은 아름답다. 또한 열반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법을 제대로 전달하는 정법 기능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성주사는 고찰이라 신행가풍이 살아 있어 매우 좋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신도들의 모습과 그 자유 속에서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 공간에 대한 무경계의 강점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 스님이 신도들과 수행을 하고 있다.
성주사 대웅전.

하지만 종교계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터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해줄 말씀이 없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법안스님은 “단순 한국사회뿐 아니라 인류 출현 이후 단시간에 많은 사람이 희생된 일이 흔치 않았다. 이런 어려운 시대에야 말로 모든 생명체는 연결돼 있다는 ‘공존공생’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며 “그동안 숨조차 쉬지 못하던 많은 생명체가 코로나사태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의 생명들을 한 번쯤 주의깊게 관찰하고 무조건 빠르게 가려는 것, 많이 가지려는 것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진지하게 자기 성찰을 하고 패러다임을 바꿔 코로나 이전과 다른 세상이 열릴 것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불행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 스님은 불자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깨달음 세계에서 머무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성취감이라고 강조했다.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 부처님의 경전이 수없이 회자시키는 내용이라며, 법안 스님은 “금강경과 반야심경 등에서 알려주듯 자기가 들고 있는 무게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인생사에서 어느 상태에 머물고 있는지 알고 무겁고 어두운 것은 내려놓고 밝고 가벼운 것을 가지고 가는 것,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비움’이다. 성주사에 와서 단 1%라도 마음의 짐을 비우고 개운하게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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