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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신뢰 제고의 원리
공동체 신뢰 제고의 원리
  • 경남매일
  • 승인 2020.07.1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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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얼마 전 아파트 놀이터를 외부 어린아이들을 못 들어오게 하는 `노키즈존`을 만든 아파트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하기보다는 점점 `파편화` 돼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져서, 다른 사람들을 믿기가 어려우니 우리가 사는 곳에 오지 말라는 방어적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해 자신의 아파트에 외부 어린아이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던가, 자신의 아파트에 택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trost`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믿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혹시 그 사람이 배신을 저지르진 않을까 하고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배신을 위한 예방에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 해 주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피터 드러커와 톰 피터스 등과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찰스 핸디는 자신의 책 `헝그리 정신(Hungry Spirit)`에서 현대 인류의 문제는 물질적 부가 아니라 정신적 빈곤에 있으며 공동체의 이익에 봉사하는 자본주의만이 훌륭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기업과 모든 단체는 공동체이며, 거기에 속해 있는 사람은 `시민`으로 생각돼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근원이 `신뢰`라고 한다. 그는 공동체의 "신뢰란 어머니가 하는 말처럼 아무도 거절할 수 없는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처럼 기분 좋게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믿음을 갖기는 어렵고 힘들다"면서 리더들에게 신뢰에 관한 중요한 원리를 조언해준다.

첫째, 신뢰는 맹목적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을 믿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규모 조직들도 이제는 다른 그룹의 사람들과 더불어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친밀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모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둘째, 신뢰는 경계선을 필요로 한다. 무제한적인 신용은 실제로는 비현실적이다. 조직에서의 신뢰란 `확신`을 의미한다. 누군가의 능력에 대한, 그리고 목표를 위한 임무에 대한 확신이다.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들에게는 해결책과 방법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동시에 공동체의 사명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다.

셋째, 신뢰는 끊임없는 학습을 필요로 한다. 개개인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는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변화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신뢰는 잔인하다. 핸디는 개인에게 높은 표준과 헌신을 요구하는 냉혹한 신뢰를 옹호한다. 신뢰는 유리와 같아서 한번 깨지면 다시 붙일 수 없다. 대부분은 자신에게서 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마감 시간과 목표를 정한다. 그러나 규칙과 확인이 주도하는 곳에서는 그럭저럭 요구된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신뢰는 결속을 필요로 한다. 신뢰는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는 비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지도자들은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나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여섯째, 신뢰는 손길을 필요로 한다. 첨단기술, 전자메일, 전화와 팩스, SNS 등이 일상생활이 된 오늘날에도 극대화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만남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일과 놀이가 적당히 섞여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간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있는 특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윤활유 같은 것이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지도자를 개인적으로 만남으로 공동의 목표를 강화하며 전략을 재고하게 된다.

끝으로, 신뢰는 스스로 구해야 한다. 공동체가 구성원들에게서 신뢰를 기대한다면 먼저 자신이 믿을만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개인 역시 자신들의 임무 수행 능력을 증명할 때까지 완전한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신용의 기초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 즉 일관성 있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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