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2:20 (금)
이제 `솔로몬의 지혜` 기대를 접어야
이제 `솔로몬의 지혜` 기대를 접어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7.09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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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코로나19만으로도 국민은 충분히 힘에 부친다.

여기에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국민 정서와 감정에 바늘을 콕콕 찔러대고 있다.

굳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냐"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감염병, 경제난 등으로 힘에 부치는데 국민의 감정을 후벼 파는 억장에는 정말 국민이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푸념과 자조가 터진다.

정치권의 지독한 진영논리에 국민까지 편을 나누고 거들고 있다.

sns댓글을 보면 확연하다.

토론도 국민 편은 없다.

혹자는 작금의 이 지독한 진영논리는 지역감정보다 더 우려스럽다고 한다.

법 제정도, 검경의 수사도 재판도, 진영 간 이해가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투명성이 의심되면 `불신`이라는 심각한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다.

개혁도 정치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들의 치열한 전쟁 가운데 있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종국에는 착한 정치도 착한 정부도 없다. 진영 간 이해를 위해 국민을 볼모로 싸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출사표`가 무척 공감이 간다. 아르바이트도, 취업도 잘 안되자 1년에 90일 출근하고 연봉 오천만 원을 받는 구의원 보궐선거에 뛰어든다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국민의 역발상을 제안하고 있다. 거창한 공약보다 연봉이 탐이 나 출사표를 던진 여주인공이 차라리 솔직하다. 적어도 받는 만큼은 일한다는 알바 정신이 낫다.

입만 열면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국회는 전직 국회의장에게 임기 만료 후 4년간 사무실을 제공하고 운전기사와 비서를 지원하는 일명 `문희상 예우법` 제정을 시도했다는 소식은 참담하다.

문희상 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법안 제안자라는 국회의원은 "(퇴임 후)해외에서 정치인이 찾아왔을 때 전직 의장이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타고 갈 순 없지 않겠느냐"는 말은 정말 국민 가슴을 후벼 판다. 자전거 등원을 하고 직접 복사도 하는 스웨덴 정치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하는 국민의 바람에 비수를 꼽는다.

어쩌면 국민에게는 실망조차도 사치일지도 모른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기 싸움과 갈등에 국민은 지쳤다. 법원도 거들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월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한 법원에 국민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시민단체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서울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 정책 특별자문관)까지 나서 법원의 결정이 모두 틀렸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법원이 앞장서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재판부를 성토하고 있다. 이들은 "엄중한 처벌, 사법 주권 운운하지만, 실상은 한국 사법 시스템의 무능을 국제적으로 전시하면서도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절망 앞에서 멈추지 않겠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팀도 "손정우 송환 불허 판단은 올바르지도 않고 정의롭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정의란 없다"고 비판했다. 서 검사 역시 법원 결정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송환 불허 결정을 한 재판장의 대법관 후보 박탈 국민청원이 41만 명에 이르는 등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국민은 배가 고파 5천원 상당의 계란 18개를 훔친 절도범이나 아동 성 착취물로 44억 원을 번 손정우와 같은 구형과 선고(징역 1년 6개월)라는데 어이가 없어 한다. 7명의 특급 변호사를 고용한 손 씨의 부정한 돈의 위력이다.

미국 법무부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동 성 착취 범죄자 중 한 명에 대한 한국법원의 인도거부에 실망했다는 성명을 냈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미국 송환 저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만인에게 공평하지도 않고 국민과 공감까지 떨어지는 법 저울에 국민은 씁쓸하다.

`솔로몬의 지혜`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그나마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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