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9:53 (목)
히틀러 미술상이 소장한 `조선 찻사발`과 `법기요`
히틀러 미술상이 소장한 `조선 찻사발`과 `법기요`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7.07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양산 법기리 요지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법기요는 조선시대 부산 왜관요와 함께 조선 사발을 생산한 대표적인 가마이다.

법기요는 왜관요(1643년)보다 휠씬 이전인 1609년부터 운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역사적 사료는 없다,

그러나 일본으로부터 도자기 제작 주문서가 발견되고 법기리 일대에서 조선 사발의 사금파리가 발견돼 법기요의 실체를 증명하고 있다.

법기요는 조선 사발을 재현한 사기장 고 신정희 선생의 장남 한균(신정희요 대표) 씨가 비영리법인 `NPO법기도자`를 설립해 법기 사발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법기요는 1963년 국가사적 100호로 지정됐으나 지역사회의 무관심으로 잊혀졌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0월 23일 법기요 복원을 위한 사단법인 NPO법기도자를 출범하면서 요지 발굴, 발굴된 사금파리와 일본 내 법기 사발과의 연관성을 검증하고 원형 사발 재현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법기리 요지에서 생산된 사발과 대접, 접시 등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주문 양산사발`,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아 안달이 난다`는 뜻의 `이라보(伊羅保)다완`, `오기(吳器)다완`으로 불렸다고 한다. 법기 사발은 일본 국보 28호인 `이도(井戶)다완`과 버금갈 정도다.

같은 해 11월에는 첫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얼어 법기리 요지 복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니 아키라 일본 노무라박물관장은 "법기리 가마는 차용로(가마를 빌려 일본 취향의 사발류 생산)로 일본다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학술적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장기간 방치로 가마터가 파괴되면 이후 발굴을 해도 큰 수확을 얻지 못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신한균 사기장은 "가마터가 발굴되면 일본인이 보물로 여기는 조선사발의 미스터리 등 한ㆍ일 간의 도자 역사를 풀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발굴과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기도자의 활동에 고무된 양산시는 국비 4억 3천만 원을 들여 요지 복원을 위해 관련 부지 매입에 나서고 있다.

내년 또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70억~80억 원을 들여 흩어져 있던 가마터를 원형대로 복원하기로 하는 등 보물찾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지구촌의 일상이 위축된 가운데 최근 스위스 베른의 뉴스에 법기리가 들썩이고 있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명품 찻사발이 나치시대 미술상의 컬렉션을 몽땅 상속받은 스위스 베른의 한 미술관에서 확인됐다는 뉴스다.

한국 문화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게 고용된 미술상의 손에 어떻게 들어갔는지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치에 고용된 유명 미술상은 2014년 5월 사망한 독일인 코로넬리우스 구를리트의 아버지로 아들인 구를리트는 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에 자신이 소장하던 1천500여 점을 양도했다.

베른시립미술관은 지난달 21일 4년간 출저조사를 마친 작품을 웹사이트에 `구를리트의 찰스부르크 리스트`에 황토색의 조선시대 다완 2점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사진을 본 법기도자 신한균 이사장은 "임진왜란 이전에 조선 법기리 요지에서 만들어진 명품 찻사발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임진왜란 직후 일본인들이 조선 도공에게 주문해 수출된 것이다"며 법기리 요지에서 발견된 실물 사금파리와 비교를 하며 법기 사발임을 자신했다.

조선시대 찻사발은 17세기 중반까지 조선에서 만들어졌으나 이후 맥이 끊어졌다가 20세기 중후반에 재현됐다.

신 사기장은 "베른의 찻사발은 일본이 유럽에 도자기를 수출할 때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 사기장은 한국ㆍ일본ㆍ터키로 연결되는 도자 수출길인 세라믹 로드를 주창하고 있다.

히틀러 미술상이 소장한 조선 사발이 법기리에서 생산됐다는 전문가의 말이 아니라도 인류문명 최초의 하이테크 산업 생산품인 조선 전기의 도자기가 어떻게 머나먼 유럽까지 갔는지는 우리가 풀어야 할 역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