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5:13 (화)
철인도 무너진 인면수심, 진상조사로 엄벌해야
철인도 무너진 인면수심, 진상조사로 엄벌해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7.05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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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지난 주말 내내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23) 선수의 안타까운 뉴스는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만큼이나 우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집단적 가학행위 행태와 관계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에 치가 떨렸다. 끝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최 선수가 지난 2월부터 대한체육회, 경북체육회, 경찰 등 6곳 이상 기관에 수년간 계속된 폭력에 SOS 신호를 보냈으나 외면과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심지어 코로나19 핑계까지 댔다.

여기에다 가해자 측의 법적 대응, 피해자 변호사 선임 운운 등 겁박성 조언으로 절망케 했다고 한다.

결국 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만 스물두 살의 꽃다운 청춘은 자신의 재능도 피워보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처벌을 당부하는 한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 철인 3종 경기 경주시청 선수단 폭력과 폭언행위 민원 처리 과정을 보면 가해자와 기득권 지키기에 치중한 감이 크다.

선수단을 감독해야 할 경주시체육회도 가혹행위를 부인하는 가해자의 말을 옮겼다.

하긴 장례식장에서까지 동료선수에게 입막음을 했던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주말 내내 방송 등에서 전하는 속보를 보면 어이없는 선수단 짓거리에 혀를 차게 된다. 폭행을 부인하는 감독과 동료 선수 2명이 폭력을 했다고 몰아친 팀닥터는 의사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도 팀닥터 용어 사용에 발끈하고 있다.

팀닥터는 최 선수를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등 괴롭혀 왔다고 한다. 팀닥터와 감독은 최 씨를 폭행하며 술을 마시는 장면이 녹취록에 담겨 있다.

더욱이 선수단 소속도 아닌 문제의 팀닥터는 특정 선수의 추천으로 들어와 선수들이 각출한 비용으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에게 급료를 준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온 셈이다.

돈 받고 고객을 때린 셈이다.

운동처방사 자격이 있다는 팀닥터는 의사도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가 없다고 하니 그동안 물리치료 등 무자격 의료행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팀닥터 추천ㆍ승인과정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인면수심, 야수와 같았던 가해자들은 최 선수가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 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하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ㆍ폭언했다.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하고 슬리퍼로 빰을 때리는 등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이 지속되고 갈비뼈 골절까지 됐다고 하니 지옥이 따로 없다.

우리는 늘 사후약방문이다.

약자의 극한적인 선택 뒤에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을 지시하고, 추가 폭력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은 체육계 폭력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했다. 지난해 체육계 미투에 이어 철인 3종 경기 선수단 폭행 사태와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육상부 가혹행위 제보 등 잇따른 체육계 폭력 사태에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의 인권강화와 재발방지에 제도와 법이 아닌 의지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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