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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조선간장`이라니?
아직도 `조선간장`이라니?
  • 경남매일
  • 승인 2020.06.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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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우리는 언제부터 인지 간장을 구분할 때, 우리 재래식 간장을 `조선간장`이라 부르고 양조간장을 `왜간장`이라고 부른다.

간장이 조선시대에 만들어 진 것도 아닐터. 왜 우리는 오랜 전통을 가진 간장을 굳이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답은 뻔하다.

일제는 장유(醬油)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간장을 동화시켜 소위 선일융화(鮮日融和)를 실현시켰다.

우리의 간장은 甘醬(감장)이나 艮醬(간장) 등으로 나오지, 장유(醬油)라는 명칭은 중국이나 우리의 고문헌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 간장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왜간장`은 염산으로 단백질을 분해한 뒤 가성소다를 넣어 만드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산분해간장`이다.

1936년 부임한 제7대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는 장유(醬油) 즉 일식 간장이 조선의 간장을 동화함으로써 선일융화(鮮日融和), 곧 조선 사람의 일본인화가 실현됐다. 선일융화(鮮日融和)를 뒤이은 통치 구호가 `내선일체(內鮮一體)`다.

일본은 우리를 `반도`(半島)라 부른다. 너희들은 사실 섬 같은 존재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열도`(列島)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더 나아가 20세기 초, 힘 좀 쓰던 제국주의 시대 때 자기 땅을 내지(內地)라 하고, 조선 땅을 외지(外地)라고 불러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장했다. 마치 본국 중심으로 주변 식민지가 땅으로 다 이어져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해방된지 75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일본어 찌꺼기들이 많다. `사시미(sashimiㆍ刺身)`, `와사비(wasabiㆍ山葵)`, `아나고 (穴子ㆍあなご)`, `지리(じる)` 등 수없이 많다.

특히 조선간장(朝鮮艮醬)은 지난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담근 간장은 비위생적이고, 비과학적이라며, 소위 `왜간장`을 장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간장의 다양한 맛은 잃어버렸거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필자가 어렸을 적 만해도 동네에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했을 정도이다. 지금 어디를 가도 간장을 다려서 다양한 맛을 내는 집은 흔치 않다.

우리 간장은 무엇을 넣고 어떻게 달이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양지차 였다.

필자가 아는 간장을 열거해도 간장(艮醬: 간장), 감장(甘醬: 감장), 갱장(羹醬: 장국), 건대소하장(乾大小蝦醬: 마른새우장), 기화청장(其火淸醬: 밀기울장), 단지령(단간장), 례장(醴醬: 맛좋은간장), 석화혜장(石花醯醬: 굴간장), 수장(水醬: 간장), 장수(醬水: 장국), 장읍(醬읍: 장국물), 자장(炙醬: 달인간장), 전지령(단간장), 준순장(浚巡醬: 속성간장), 지령(간장), 진장(眞醬: 달인간장), 진장(陳醬: 묵은간장), 천리장(千里醬: 쇠고기간장조림), 청장(淸醬: 햇간장), 침장법(침醬法: 콩잎간장), 첨장(첨醬 : 단장) 이렇게 많다.

고요리서에 나오는 우리의 전통음식 레시피(Recipe) 그대로 하면 맛이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 맛을 내는 장(醬)이 옛 장(醬)과 지금의 장(醬) 맛이 다른데, 그 때의 맛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잘못됐다.

이렇게 일제시대를 거쳐 우리 간장은 지금까지 부끄럽게도 `조선간장`이라고 하면서 일본의 양조간장인 `왜간장`과 차별을 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 언론, 모든 인터넷에 우리 간장을 그냥 `간장(艮醬)`이라 하면 될 것을 복합명사인 `조선간장`이라 쓴다.

이는 언어부터 우리의 고유한 전통간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산분해간장을 `왜간장`이라고 부르는 건 모르겠지만, 우리 간장을 굳이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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