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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존에서 배우는 `장수 비결`
블루 존에서 배우는 `장수 비결`
  • 경남매일
  • 승인 2020.06.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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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은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블루 존(Blue Zone)이란 단어는 지난 2008년 인구통계학자들이 100세 이상 인구수가 가장 많은 네 곳을 발견했을 때 소위 `블루 존`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세계 전역에서 이 네 곳은 이탈리아 `사르디나`, 그리스 `이카리아섬`, 일본 `오키나와섬` 그리고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 등이었다. 블루 존에 사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생활 공통점을 지닌다고 한다.

근력과 지구력 훈련이 아니라 평범한 일과, 정원 가꾸기, 걷기를 일상화하며 신체활동을 활발히 해 많이 움직이는 생활이다.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함으로써 목적의식을 느끼고,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여유롭게 살아간다. 가족과 공동체 유대가 강하고 열량을 적당히 섭취하는 다양한 식단을 즐기지만 주로 식물성 식품과 양질의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장수를 연구하는 생리학자들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블루 존이 이런 생활방식이 장수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에는 통계상의 결함을 지적하는 학자도 많다. 과학계가 블루 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장수마을 하면 오키나와다. 30년 전만 해도 100세 이상이 마을 인구의 39.5%로 일본 최고의 장수 지역이었다. 장수하는 비밀을 밝히려고 많은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방을 제거한 돼지고기를 먹고, 소금 섭취량이 적으며, 채소의 섭취량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2배 이상이고, 음식의 78%가 채식이고, 해조류ㆍ두부 섭취량이 월등하게 많고, 신선한 제철 식품만 먹고, 배를 80%만 채우고, 하루 3끼를 꼭 먹는 공통점이 있었다. 미식가 브리아 사바랭은 1826년 저서 `미식 예찬`에서 "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아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먹는 음식들이 몸의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몸을 해롭게도 만든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는 좀 더 간단하게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고 했다. 먹는 것이 첫째 요인이고, 움직임이 두 번째다. 장수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엄청나게 움직이며 살아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교토 의대 야모리 교수와 WHO의 협력으로 10년간 세계 25개국 57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장수하는 사람들의 식생활에는 공통점이 있다. `코카서스` 지역의 장수촌에서는 주식으로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 죽, 과일, 채소를 먹고 고기는 별로 먹지 않는다. 가족과 좋은 친구를 많이 가지는 것이 장수의 조건이라고 믿고 있다. 인도 북쪽에 위치한 `훈자` 장수촌에서는 주식으로 밀가루에서 가루를 빼고 남은 찌꺼기인 밀기울을 통째로 만든 빵과 과일, 채소, 포도 과즙을 숙성시킨 음료를 먹는다. 주로 밭농사를 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장수촌에서는 주로 감자, 옥수수, 푸른 콩, 바나나, 옥수수를 삶아 만든 `레페`라는 스프를 즐겨 먹는다. 주식은 토란과 같은 감자류, 곡류, 두류와 채소이다. 최소량의 식사를 하고 농사를 하고 있으나 휴일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휴식을 취한다.

중국 위구르 지방의 `카슈카르` 장수촌에서는 옥수수와 미정백의 밀가루, 과일 채소를 주식으로 먹고, 고기는 아주 적게 먹어 비만한 사람이 적다. 같은 지방에 거주하지만 흰 밀가루, 육식을 많이 하는 공무원들은 당뇨병 발병률이 100배나 높다고 한다. 세계적인 장수 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오키나와` 장수촌은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소식과 생선 섭취를 장수 요인으로 여기고 있다. 반대로 동물성 지방 섭취가 많은 북유럽, 북미 및 남미 여러 국가 등은 심근경색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에서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제주도, 전북 순창, 경북 예천ㆍ상주, 전남 담양ㆍ함평ㆍ곡성ㆍ보성ㆍ구례, 충북 괴산, 경남 거창 등 13곳을 전국 대표적인 장수마을로 분류한바 있다. 반대로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건강한 지역은 어디일까. 대한민국 건강랭킹에 나오는 결과를 보면 1위부터 5위까지는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서울특별시,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가 차지해 청정한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보다는 경제활동성과 인구가 많고, 의료시설 이용이 용이한 지역이 해당되는 것 같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무관하게 각자의 개인적인 노력(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식이조절, 정서적 안정, 가족ㆍ사회적 관계유지 등)에 의해 건강상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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