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5:27 (목)
치기치민의 경전 주역
치기치민의 경전 주역
  • 경남매일
  • 승인 2020.06.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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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주역(周易)은 해석의 난해성으로 인해 불가근불가원의 경전이라 말한다. 지인들 중 내가 주역얘기를 하면 흥미가 발동해 배워보고 싶다고 한다. 나름 공부깨나 한 사람이라면 난공불락이라는 주역에 도전해 보고 싶은 지적 욕망이 동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주역에 먼저 입문한 사람으로서의 경험 공유를 위해 입문용 기본서 한 권을 사서 선물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몇 달이 지나도 종무소식이라 주역 공부에 어려움이 없냐고 물으면 중도에 포기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의례 하는 말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이라 혼란스럽다고 한다. 이는 8괘(卦)의 기본개념인 상의(象意)를 숙지하지 못한 소치다. 주역해석은 64괘가 384효(64x6)와 4,096효(64x64)로까지 변화함에 따라 의미해석이 변화무쌍하다. 주역 8괘가 의미하는 상의(象意:괘상의 상징적 의미)를 먼저 철저히 익히고 나서 64괘를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8괘의 첫 번째 괘인 건괘(乾卦)의 상의는 오행은 금이고 양이며 하늘이다. 방위는 서북방이고 인물은 임금이나 아버지, 사장이다. 괘의 성정은 원만하고 강건하며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신체로는 머리이고 계절은 가을(음9~10월)이며 동물은 말, 사자이다. 정물은 금옥과 보화이며 혼인은 귀관의 친인척이고 출산은 순산이다. 상거래는 쉽게 이뤄지고 소망하는 바는 이루며 여행 등 출행은 좋다. 타인과의 만남은 길하고 송사는 남의 도움으로 승소하며 색상은 적색이나 검은 색이다. 질병은 두통이나 폐. 기관지계통 질환이고 맛은 맵고 아리며 해당 수는 1,4,9 이다. 이처럼 8괘 각각의 기본적인 상의를 숙지하고 나서 주역을 공부해야 이해도가 높아진다. 소성괘(小成卦: 홀 괘)가 상하로 짝지은 대성괘(大成卦: 짝 괘)인 64괘는 8개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상의(象意)의 상징적인 의미를 종합해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의를 숙지하지 않고 무조건 주역해설서를 보면 뜬구름 잡기식이 된다. 수학에서 가감승제의 기본공식을 모르고 계산하는 거나 마찬가지 이치다. 그리고 64괘를 빨리 숙지하려면 주역 점서 법에 의해 괘짓기와 괘 풀이를 반복 연습하는 것이 주역이해의 지름길이다.

대성괘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 천화동인(天火同人)괘는 상괘가 건괘(? 天)이고 하괘가 리괘(? 火)이다. 하늘 아래 불이 있는 형상이니 인간이 만든 등불아래 뭇 사람들이 모여 뜻을 같이해 큰일은 못해도 작은 일은 잘 협조해서 이룬다. 건은 왕이기 때문에 그 아래 있는 하괘의 불은 해가 아닌 등불이고, 임금이 행하는 국사가 아니라 소인들이 행하는 일상사로 본 것이다. 그리고 하괘 육이(밑에서 두 번째 음효, 차녀)가 중정(中正: 세 효의 중간, 짝수인 두 번째 음 자리에 위치)하고, 상괘 구오(다섯 번째 양효 임금)와 응하여 길조로 본다. 단, 군자의 도리처럼 바른 일을 도모해야 성공할 수 있으므로 공명정대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친다고 경계하고 있다.

주역은 사서육경을 비롯해 중국 25사, 고대사 등에서 각종 역사적인 사건들을 인용해 괘를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사례관련 전적들을 함께 탐독해야 주역괘상의 의미를 제대로 유추할 수가 있다. 최근 여헌 장현광의 후손인 철학박사 장영동 선생이 쓴 주역해설서(생생주역, 이른아침)를 읽고 주역관련 수많은 전적들을 간접적으로 섭렵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어전경연에서 치도의 근본이 주역에 있음을 강조한 경연관들의 강독을 우의독경연한 어리석은 왕들은 국권침탈의 치욕을 당하자 뒤늦게 후회하며 탄식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곧잘 주역을 활용한 전략전술을 구사해 왜군의 역습을 물리칠 수 있었다. 주역 대가였던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지욱선사의 <주역선해>, 심대윤의 <주역상의점법> 핵심내용들이 이 책의 주해(註解)로 만재 돼 있어서 주역의 광해(廣海)를 마음껏 넘나들 수 있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언제 물러날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민경제는 더욱 피폐해지고 일상적인 삶의 패턴이 무너져 사람들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다다른 느낌이 든다. 이런 때일수록 온고이지신의 정신으로 치기치민(治己治民)의 슬기로운 난세극복방안을 주역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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