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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회 맛 잊은지 오래다
고래고기 회 맛 잊은지 오래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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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태조(太祖) 6년 (1397) 3월 8일에 권근의 시(詩)를 보면 `마한(馬韓)이란 제목에 대해 "작다란 마한(馬朝) 땅이, 구구하게 고래 노는 바닷가에 있었소. 세 방면을 처음에 분할하더니, 통일하려고 끝내는 화친하였소.`

여기에서 권근이 사용한 마조(馬朝) 즉 마한을 `고래 노는 바닷가`인 경해빈(鯨海濱)으로 규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래 바닷가로서 `경해빈(鯨海濱)`이라는 의미는 문무대왕의 비문에 나오는 고래나루를 의미하는 `경진(鯨津)`과 그 의미가 이어져 있다.

이미 우리 동해에는 고래의 서식지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가 저술한 `전어지(佃漁志)`에 보면 고래의 수컷은 `경(鯨)`이라 하고 암컷은 `예`라 한다.

그럼에도 고래를 통칭할 때, `경(鯨)`이라고 한다. 이 고래를 우리는 일찍이 포획해 회(膾)로 식용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영조 1년(1725) 9월 10일 기사에 `이때에 연일포(延日浦: 지금의 포항)에서 백성이 세 마리의 고래(鯨魚)를 잡았는데 감세관(監稅官)이 궁차(宮差)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지 않았으므로, 궁차가 돌아와서 내수사(內需司)에 호소하여 엄중한 분부가 있게 되었다`라고 보인다.

이 내용을 보면 세금을 거두는 조선 초기의 성리학자이자 영남 학파의 종조인 점필재(점畢齋)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일기와 시문을 모은 `점필재집(점畢齋集)` 시집 제17권/시(詩)에 보면 "獨飽鯨魚膾(독포경어회)고래고기 회를 혼자만 실컷 먹고 如何玉爾音(여하옥이음) 어찌하여 소식을 그토록 아끼는고"라고 있다.

이 시(詩)는 점필재집(점畢齋集) 선생이 강원도 고성군수로 부임하는 박시행(朴始行) 편에 안동 부사(安東府使) 조겸(趙謙)에게 보낸 내용 중 일부다.

조겸(趙謙)은 일찍이 점필재집(점畢齋集)선생이 응천(凝川: 지금의 밀양강) 인근 상주(喪主)가 거처하는 집인 여차(廬次)에서 시묘(侍墓)살이를 할 때 찾아와 함께 하룻밤을 묵고 갈만큼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그에게 고래고기 회만 먹고 어찌 소식조차 없냐는 투정조의 시문(詩文)이다.

이 시(詩文)에서 이미 14세기에 고래고기 회(鯨魚膾)를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래고기 회(鯨魚膾)는 규암(圭庵) 송인수(宋麟壽, 1487~1547)의 문집 `규암집(圭菴集)`에도 나오고, 이어 조선 중기 서경(西坰) 유근(柳根, 1549~1627)의 `서경집(西坰集)`에도 등장한다.

조선 통신사제술관(通信使製述官) 신유한(申維翰, 1697~1769)이 일본의 풍습을 정밀하게 묘사한 `해유록(海游錄)`에 `왜인의 풍속에 큰 고래 한 마리를 잡아 기름을 내면 한평생 먹고 입을 수 있다. 마주의 금포에 포경장(捕鯨將)이 있다`고 나온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고종 20년(1883) 3월 16일 고종은 전교하기를 "참의교섭통상사무 김옥균을 동남제도 개척사(東南諸島開拓使)로 삼아서 포경(捕鯨) 등의 일을 겸하게 하여 하직하지 말고 편리한 대로 왕래하게 하라" 했다.

그리해 고래잡는 포경일은 고종 26년인 1889년 한ㆍ일 간 `통어장정`의 국제조약 체결 서명에 등장해 그래도 일본인들이 조선 해역 인근에서 고래를 잡는 것은 금하도록 한다.

`통어장정`의 국제조약 제4조: 양국어선은 어업허가증을 수령한 배라하더라도 특별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양국의 해변 3리 이내에서 암수고래 즉 경예(鯨예)를 잡을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1900년도에는 고종황제는 일본인에게 조선의 고래를 잡게 허락하고 만다. 나는 신화적으로 이 `허락`은 조선황제가 일본에 의해 `잡히는` 전조로 해석한다.

나라는 곧 일본의 침략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1987년 이래 국제적으로 포경을 금지하고 있어 우리는 고래고기 회(鯨魚膾) 맛을 잊은지 오래인데, 일본은 계속 고래사냥을 남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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