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의 유류분청구권과 헌법
불효자의 유류분청구권과 헌법
  • 경남매일
  • 승인 2020.06.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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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상속은 피상속인(망인)의 사망으로 개시된다(민법 제997조). 우리나라 상속법은 상속비율(상속분)을 유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지정하지 않으면 법정비율로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009조).

그런데,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인의 상속분을 지정함에 있어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상속법이 ‘유류분’이라는 권리를 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1112조 이하).

즉, 피상속인의 유언으로 인해 어느 상속인이 받는 상속분이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1/2(직계비속, 배우자) 또는 1/3(직계존속, 형제자매)에 미달될 경우, 그 상속인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 받은 사람에게 자신의 유류분에서 모자라는 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유류분’은 민법이 1977년에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로부터 상속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신설한 제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정 범위의 상속인이기만 하면 패륜적인 상속인들에 대해서도 유류분권을 주는 것, 그 비율도 모두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과연 정의롭고 합리적인 일인가에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종래의 효를 중심으로 한 가족주의 전통이 붕괴되고 개인주의 경향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게다가 보모를 부양하거나 가까이서 모시는 자녀가 대단하게 여겨질 정도로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단절되어 간다.

오죽하면 가칭 ‘불효자방지법’(자녀가 상속만 받고 부양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물려받은 재산을 반환하도록 하고, 자녀가 부모를 폭행한 경우,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니 가칭 ‘효도장려법’(자녀가 부모를 10년 이상 모셨을 경우, 부모가 사망하고 상속 받게 되면, 상속세를 면제 해준다는 내용)이니 하는 법안까지 제출되고 있을까.

필자가 맡았던 유류분 사건에서도, 불효자가 유류분을 청구하는 사건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행법 아래서 법원은 유류분청구자가 효자인지, 불효지인지 여부는 묻지 않고, 상속인인지, 유류분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만 심리하여 권리의 존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대로 상속재산이 분배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업승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지방법원 판사들이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관련 조항인 민법 제1112조 등이 위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이 조항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제청이유의 요지는, “현행 유류분제도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상속재산의 규모나 유족들의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구체적 기여, 부양 필요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비율을 정했고, 피상속인에게 중상해를 가하거나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행동을 한 패륜적인 상속인들에 대해서도 유류분권을 인정해왔는데,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권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 등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목적의 정당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행사의 자유(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든지 선택할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23조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공동으로 피상속인의 재산형성과 유지에 기여를 했으나, 지금은 그렇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지고 있고, 현행 유류분제도를 고집한다면, 오히려 유증이나 증여를 받은 자의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하게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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