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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남에만 로스쿨이 없을까
왜 경남에만 로스쿨이 없을까
  • 경남매일
  • 승인 2020.06.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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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얼마 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합격자 순위가 공개된 것은 2018년부터다. 5회까지 비공개였던 학교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공개된 것은 서울고법이 ‘6회 변호사시험 학교별 정보공개거부 처분’에 대해 공개하라고 판결함으로써 법무부가 자료를 제공해 공개하고 있다. 9회 변호사시험에서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역시 서울대이다. 사시 때나 지금이나 SKY대세는 여전하다. 전국 평균합격률은 53.32%로 작년 합격률 50.78%보다 조금 상승했다. 그러나 눈을 닦고 봐도 경남소재 로스쿨은 보이지 않는다. 인구 340만에 이르는 광역지자체의 위상을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일이다. 시도별로 로스쿨 분포를 보니 기가 막힌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14개교, 충남1, 충북1, 강원1, 전남1, 전북2(전북대, 원광대), 대구. 경북2(경북대, 영남대), 부산2(부산대, 동아대), 제주1 등이다. 오직 경남만 쏙 빠져 있다. 인근 부산에 2개교가 있어서인가. 이는 경남홀대의 대표적인 한 모양새다. 전북은 어떻게 국립대와 사립대에 로스쿨을 유치했을까.

어디 로스쿨뿐이겠는가. 지역 우수인재유치의 바로미터인 의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경상대 의대가 유일하다. 물론 인제대가 김해에 있지만 부산 백병원부설 대학으로 부산지역 의대에 속한다. 전국 시도대학의 의예과를 살펴보니 이 역시 경남홀대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울 등 수도권이 13곳, 충북ㆍ충남권이 7, 강원 4, 전남 2, 전북 2, 부산 4, 대구ㆍ경북 5, 울산 1, 제주 1곳이다. 지역대학의 우수인재 유치는 그 지역발전을 좌우한다. 로스쿨이나 의대 같은 우수인재 양성대학이 없거나 희귀하다는 것은, 경남출신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부재와 지역발전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당연한 결과다.

얼마 전 본보 16면 광고란에 실린 경남출신 국회의원면면을 보니 지역구 33명에 비례대표 5명으로 38명에 이른다. 물론 부모세대가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본적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다소 애매한 부분은 있겠지만 어쨌든 본인들도 경남출신이라고 동의했기 때문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이들 중 묘하게도 전직 도백이 3명이나 된다. K모 의원은 대권에 도전한다고 임기 중 지사직을 중도하차해 도민들을 실망시켰다. 그 후 권토중래 수도권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당의 전략공천으로 다시 경남의 지역구에 출마해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다. 경남도민이 싫어서 떠난 사람이 정국의 지각변동에 편승해 경남을 다시 찾은 것은 대권 도전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한 사람 H의원은 당의 험지출마권유를 고사하고 경남이 아닌 TK지역에 출마해 국회에 재 입성했다. 이 의원 역시 대권도전을 한다며 지사직을 중도에 그만 두고 경남을 떠났다. 도지사 재직 시 산하 지자체장과 헤게모니 기싸움만 하다가 보궐선거도 못하게 한 채 떠나 도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또 한 사람 K의원 역시 험지전략공천 권유를 고사하고 고향에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재직 중 성공가망성 1도 없는 ‘거북선 찾기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남은 것은 수십억을 들여 건조한 짝퉁 거북선 두 척뿐이다.

이처럼 전직 도백 세 사람이 나름 정치권에서 잠룡의 위치에 있을 때 지역발전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로스쿨과 의대유치는 외면한 채, 오직 대권욕에만 사로잡혀 있었으니 유구무언이다. 현재 로스쿨 전무에 유일 의대라는 초라한 경남의 위상은 전직 도백들과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의 부족한 정치력과 무관심의 소치로 밖에 볼 수 없다. 통합창원시 출범 10년을 맞아 경남산업동맥의 중추라는 창원시는 창원기계공단의 불황으로 계속 인구가 줄고 있어 100만 마지노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장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중과부적이다. 국회의원과 지역정치권이 경남발전이라는 큰 그림에 동승해 힘을 실어줘야 지방이 발전하고 우수인재가 모인다. 경남에 로스쿨과 의대를 유치하지 못한 구차한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제발 금배지로 유세떨며 폼만 잡을 게 아니라 자성하고 분발하라는 한 유권자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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