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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선 대학, 재정독립과 학문의 자유
위기에 선 대학, 재정독립과 학문의 자유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6.0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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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는 어떤 모습일까?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후 변화될 세상의 관심이 반영돼 만들어진 용어이다.

팬데믹(세계 대유행) 현상과 함께 방역을 위한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원격근무 등의 새로운 사회문화와 함께 전통적 의료제도와 사회복지, 가족 개념에 대한 성찰 등이 향후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 중 대학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대학은 물론 각급 학교의 개학과 수업이 늦어지자 등록금 반환 요구 등 대학은 전무후무한 사태를 맞고 있다.

전 세계 대학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전면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대면 교육 가치에 대한 논쟁 등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대학은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리드 칼리지의 존 크로거 총장은 지난달 인사이드 하이어드 매체 기고를 통해 고등교육의 미래에 대한 10가지 예측을 제시했다. 존 크로거 총장은 올가을 개강을 시도하는 대학 대부분은 대형 강의 온라인 진행, 싱글 기숙사 방 구성 등 전통적인 캠퍼스 활동 축소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다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이 악화가 되지만 IT와 보건 서비스 수요증가 등으로 대학 운영 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예측했다.

이 때문에 인문학과 예술 등 전통적인 연구 활동에 악영향도 전망했다. 대학의 재정 악화에도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존 크로거 총장은 의회가 고등교육 분야의 효율성에 대해 회의적이고 높은 학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을 유지하면서 학위 프로그램까지 온라인 서비스 전환시도 등으로 학내 갈등도 예측했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대면 교육을 영구적으로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제시도 내놓았다.

온라인 대학 간의 대규모 경쟁과 통합이 가시화되고 전통적인 대학 캠퍼스가 아닌 IT기술이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하는 현 상황이 IT회사의 시장 진입기회로 작용할 것을 예상했다. 미래에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텍사스대학’과 같은 교육 플랫폼 형태도 볼 수 있게 되는 등 구글이 대학교육에 뛰어든다는 견해다.

참담한 것은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또 더 많은 학습이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개인 학습 기회와 결과를 문서화 하는 AI 기반의 유비쿼터스 학습 플랫폼이 등장한다고 한다.

해외 석학의 코로나 이후 대학의 미래예측 제시 이전인 지난 4월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은 대학개혁을 담은 한 권의 역서를 퇴임(5월 11일) 전 출간했다.

‘와세다대학의 개혁’이라는 제목의 역서는 공교롭게도 부제가 ‘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 없다’로 시대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와세다대학 개혁’은 일본이 한 증권회사 사장을 지낸 세키 쇼타로라는 저자가 1994년 와세다대학 재무이사로 영입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일본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급증하는 시기였다. 교직원 임금 조정 등 경비 절감, 유휴자산 매각, 차입금 제로, 채무의식 개조 등 재정개혁을 총괄 지휘해 파탄 직전의 와세다대학을 부활시켰다. 일본 최고의 사립대학이 경영마인드 도입으로 부활했다. 한마디로 재정독립 없이는 학문의 자유도, 대학의 개혁도 없음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국ㆍ공ㆍ사립 대학은 모두 같은 상황이다. 전 전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의 위기 담론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고, 인구급감으로 18년 뒤 한국의 대학은 10개 중 8개가 사라질 것이다”며 “지난 4년간 대학 총장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교수의 기득권과의 싸움과 재정확충이다”고 말했다. 대학의 위기는 외부요인보다 변화를 거부하는 내부요인이 더 크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운영만이 아니라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단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도 대학의 개혁, 대학의 재정독립은 시대 상황이자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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