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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이`는 물고기 `애`가 아니라 뱃 속 알이다
`곤이`는 물고기 `애`가 아니라 뱃 속 알이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6.0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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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우리 식문화 계나 외식업계를 보면 심하게 말하면 불안정하고 오류투성이의 문화 파괴시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학계나 외식업계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바로 잡아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요리용어나 메뉴 명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유래조차도 오류투성이고 왜곡돼 있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식업계에서 한 동안 원조타령을 하더니 근거도 없이 궁중음식 어쩌고 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상술이라 하지만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외식업계에서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할 학계 일부는 오히려 그를 근거로 인정해 나가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우리는 체계적인 식생활문화에 대한 학문이 부족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전공과목도 없다.

영양학, 조리학, 식품가공학 등을 하는 분들이나 인문학을 하는 분들이 이 분야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식생활문화 전반에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 생선탕 집 `곤이`에 대해 그 어원을 바로 잡고자 한다.

요즘 생선탕 집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 수컷의 뱃속에서 나온 흰 정액 덩어리를 `곤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말이다.

곤이는 물고기 배 속에 있는 알이다.

조선 후기 학자인 김재로(金在魯)의 주석서 `예기보주(禮記補註)`에 곤장(卵醬)이 나오고 주(註)에 곤(鯤)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난(卵)을 곤(鯤)으로 읽은 것은 정현의 주이다. 소에 말했다. "정현이 난(卵)을 곤(鯤)으로 읽음을 안 것은, 새의 알은 장(醬)을 담그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곤(鯤)으로 읽은 것이니, 곤(鯤)은 물고기의 알이다." 또 살펴보건대, `국어`, `노어(魯語)`에 "물고기는 곤이를 잡지 못하게 하였다"라고 했는데, 위소(韋昭)의 주에 "곤이는 아직 물고기가 되지 못하여 알이 태중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곤(鯤)은 바로 지금 세속에 어란(魚卵)의 명칭이다.

`자휘`에 말했다. "난(卵)은 또 공(公)과 혼(魂)의 반절로 음이 곤(鯤)이니, 물고기의 알이다"라고 나온다. 여기서 난(卵)을 곤(鯤)으로 읽는 다는 주(註)를 단 것은 중국 후한(後漢) 사람인 하거(何居) 정현(鄭玄)이다.

중국 최초로 나라별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라는 책의 `노어(魯語)` 부분에 "어금곤이(魚禁鯤이: 고기잡이에서 곤이를 잡는 것을 금했다)"라는 말이 나온다. 곤이라는 말이 처음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삼국시대 오(吳)나라 때 학자인 위소(韋昭 204-273)는 주를 통해 `곤(鯤)`은 `어자(魚子)` 즉 `고기새끼(알)`라고 풀이했고, `이`는 "미성어(未成魚)" 즉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고기`라는 풀이를 했다.

곤이의 곤(鯤)은 고기 어(魚)자에 자손이라는 뜻의 곤(昆: 맏ㆍ형ㆍ자손ㆍ많다ㆍ덩어리)자가 합쳐진 말로, 사전적 의미를 따지면 `물고기 배 속에 있는 알` 또는 `물고기의 새끼`를 가리킨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서 나온 흰 정액 덩어리를 `곤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수컷 배 속의 흰 정액 덩어리는 사전적 의미가 `수컷의 생식소인 정소`라고 돼 있는 `이리` 또는 어백(魚白)으로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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