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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 박물관 건립
조선어학회 박물관 건립
  • 경남매일
  • 승인 2020.05.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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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지난해 10월 10일 의령군민회관에서 이곳 출신 이극로 이우식 안호상 등 <조선어학회> 회원의 업적을 기리고 평가하는 학술발표회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 조선어학회 33인 중 의령 출신 이극로 박사, 안호상 박사, 이우식 선생은 이 회의 핵심인물이었다. 위 세분 외 이은상, 윤병호, 정인섭 등 총 여섯 분이 경남 출신이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학술발표회에서 중점 조명된 고루 이극로 박사는 ‘말은 민족의 정신이고 글은 민족의 생명’이며 ‘나라를 지키는 것은 역사와 언어임’을 역설했다. 이 박사는 민족 언어투쟁총사령관을 자임하며 <조선어사전> 편찬에 전력을 투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어사전>이 편찬된 것은 이 박사의 끈질긴 집념과 33인 조선어학회 회원 모두가 애민애족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 이룩한 값진 성과였다. 우리가 잘 아는 한뫼 안호상 박사는 철학자로서 초대 문교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우리말 사전편찬에 참여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철학과 윤리학, 심리학 분야의 실무책임을 맡아 <조선어사전>의 품격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 당시 사전편찬에 따른 자체 재원이 부족해 외부의 재정적 지원과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 때 재정후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분이 남저 이우식 선생이었다. 민족적 거사인 <조선어사전> 편찬과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조선어학회사건’으로 33인이 투옥되는 등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며 탄생했다. 사전편찬과정에서 전국각지의 방언 및 자료 수집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필요했으며 일제의 감시를 피해야 했기에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우식 선생은 자신의 사재뿐만 아니라 의령의 대부호로서 독립운동에 자신의 전 재산을 헌납한 안희제 선생과 안석재 선생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이 선생과 두 분 안희재, 안석재 선생과의 돈독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충절의 고장이자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끈 탁월한 경영인들을 배출한 의령에서 민족의 얼을 지킨 조선어학회의 핵심인물이 배출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는 의령이 민족교육과 나라발전의 요람이요 독립운동의 산교육장이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학술발표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의령출신 문학박사 김복근 시인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 <조선어사전> 탄생의 산실인 의령에 ‘조선어학회(한글학회)박물관’ 건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조선어학회는 의령학회로 일컬어질 만큼 의령출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면서, 남겨놓은 여러 자료를 토대로 의령에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나라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그 분들의 공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산교육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글은 K-POP의 열풍을 타고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한글배우기에 열심이다. 한글보급을 위해 세계 각국에 설립한 세종학당에는 우리글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 족은 고유의 말은 있지만 고유문자가 없어 한글을 고유문자로 쓰기 위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급격한 국력신장과 함께 코리언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의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관심과 학습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우리의 언어사용 현실을 보면 해가 갈수록 우리말 우리글은 고유성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국적불명의 외래어, 합성어, 축약어, 비속어가 양산되고 학술서의 문장표현도 아직 일제잔재가 그대로 많이 남아있어 안타깝다. 어떤 언어도 우리글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표음문자인 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극로 박사를 비롯한 의령출신 한글지킴이들의 위업을 추모하고 교육하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박물관’의 의령건립은 역사 재조명과 민족정통성 확립 차원에서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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