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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또 휴먼에러 가능성
이천 물류창고 화재, 또 휴먼에러 가능성
  • 경남매일
  • 승인 2020.05.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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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은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되고 5월 7일자 중앙일보에서 한국의 수십 년 되풀이된 재난사고 유형을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 띠(strip)에 비유해 제시했다. 띠의 시작은 `참사`가 발생되고 난 다음 `늑장대응`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 `대대적 처벌` → `대책발표` → `망각` → `일상 안전불감증` → `규정무시(위반ㆍ불법)` → `검증미비` → `참사` 등의 과정이 계속 악순환 되는 과정을 응용했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원인에 대해 당시 화재조사관은 "용접작업 중 생긴 불꽃이 우레탄 발포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닿으면서 순간적으로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일했던 근로자 57명 중 4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문제는 시너, 우레탄 폼, 액화천연가스통 등 발화성 위험물질이 창고 내에 수북이 쌓인 상태에서 발포작업과 용접작업을 동시에 벌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아무런 감시ㆍ감독 없이 버젓이 행해졌다는 게 조사 당시 관계 당국의 판단이었다.

올해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에서 또 폭발화재가 발생해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후 1시경 지하 2층, 냉동창고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 폼 작업 중 유증기가 발생했고, 인근 C라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 작업 불꽃이 인화성 유증기와 만나 대규모 폭발과 함께 발화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8년과 올해 화재사고를 비교해보면 건물은 대형 물류창고 형태이며, 2008년 사고건물은 철골조 샌드위치패널 구조이고, 올해 사고건물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방식 샌드위치패널 구조이다. 발화 위치는 각각 지하 1층과 지하 2층으로 발화 원인은 용접작업 중 불꽃이 유증기와 만나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휴먼에러 전문가 입장에서 간편논리로 주장하면 사고발생에는 과정별 유형이 있고, 사고의 가장 기본 원인은 `조직관리 허점`에서 시작한다. 단열재로 저비용, 공기단축 등의 장점을 가진 우레탄 폼을 시공하는 것 자체가 위험의 시발점이며, 공사과정과 공사에 투입된 근로자들의 안전행동 수행 관련 안전 교육ㆍ훈련의 미흡, 우레탄 폼 시공과 용접작업 병행 위험 상황에서 하청업체의 단독 공사진행 의문, 원청의 관리감독 소홀 등도 관여됐을 것이다. 연계되는 한 방향은 `결함 관리`로 미흡한 안전설비, 관리시스템, 미숙련의 현장 인력, 경영진의 눈가림과 설마 등의 경로적 원인과 또 다른 방향은 사고 유발 에러 징후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데, 사고의 징조가 있어 불완전 또는 부적절해도 무시하거나 생략하거나 셋 중 분명 하나의 원인이 관여됐을 것이다. 현장전문가라면 이를 발견할 수도 있고, 알 수 있는 순간이 여러 번 포착될 수도 있다. 어느 경로이든 초기 사고 원인의 화근(禍根) 요소가 있고 연계해 사고는 일어난다. 화근 요소인 점화원은 바로 용접불티이거나 전기스파크 같은 작은 원인이 엄청난 재앙을 만들었다.

단순 안전불감증이라는 막연한 어휘선택에서 업무수행과정이나 작업공정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 인적오류 원인, 관리적 원인, 법적 미비 사항, 정부기관의 관리감독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그려서 원인과 결과와 사후관리 및 예방에 대한 대책과 실행관리가 요구되고, 공사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실천돼야만 이천 물류창고의 가슴 아픈 인명사고 재앙은 방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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