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빙루회 드시러 갈까요?
올 여름에 빙루회 드시러 갈까요?
  • 경남매일
  • 승인 2020.05.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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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은어(銀魚)는 예로부터 `수중군자(水中君子)` 또는 `청류(淸流)의 귀공자`로 불렸다. 그만큼 일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다.

여름철 이끼를 먹은 은어(銀魚)살에서는 이끼 냄새가 풍긴다. 이런 냄새를 수박향이 난다 해서 향어(香魚)라고도 부른다.

한편, 은어(銀魚)의 수명은 1년이기 때문에 은어(銀魚)의 별명을 연어(年魚)라고도 부른다.

이 은어(銀魚)는 밀양의 남천강, 진주 남강, 하동 섬진강이 유명했고 많은 고전(古典)이나 시문(詩文) 등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밀양의 은어박지(銀魚粕漬)는 사라지고 진주의 은어밥(銀魚飯)은 원형이 훼손된 상태로 하동 등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서진(西晉)의 학자 장화(張華)가 저술한 중국의 기문(奇聞) 전설집 `박물지(博物志)`에 "吳王江行食魚膾(오왕강행식어회)오왕이 강을 따라 가는 길에 물고기의 회를 먹다 棄殘餘於水(기잔여어수)나머지를 물에 버리니 化爲魚(화위어)변하여 물고기가 되었다. 名膾殘(명회잔)회잔이라 부르니 卽今銀魚(즉금은어)바로 지금의 은어다"라고 했다.

역시 중국은 스토리의 귀재(鬼才)다.

고전(古典)과 시문(詩文)을 읽으며, 내 식견(識見)이 얼마나 짧은가를 실감하게 된다.

조선후기 문신ㆍ학자 창계(滄溪) 임영(林泳 1649~1696) 시가와 산문을 엮어 1708년에 간행한 시문집 `창계집(滄溪集)` 제2권/시(詩)에 "江聲竹外來(강성죽외래)강물 소리는 대 너머에 들리네 炎天氷縷膾(염천빙루회)무더운 때에는 빙루회가 있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빙루회(氷縷膾)의 `빙루(氷縷)`는 얼음처럼 차갑고 실처럼 보드라운 것을 형용하는 말이기도 하고, 살얼음이라는 뜻도 있는데 여기서는 은어회(銀魚膾)를 가리킨다.

대나무 숲에서 들리는 강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함을 느끼는데, 찌는듯한 여름 강가에서 선비는 은어회(銀魚膾)를 읊은 것이다.

조선 중기 문인 이응희(李應禧ㆍ1579~1651년)는 `옥담시집(玉潭詩集)`에서 은어(銀魚)라는 시(詩)를 썼는데 "高盤銀色動(고반은색동)쟁반에 수북이 은빛 회가 쌓였고 登俎雪輝揚(등조설휘양)도마에는 백설 같은 빛깔 빛난다"라고 했다.

이 시(詩)에서 회(膾)를 써는 칼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렇듯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불리던 조선 땅 물이 흐르던 곳이라면 호호불어 두 손 모아 마시던 1급수 맑은 물에 은어(銀魚)가 서식하고 있어 선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경상도 야사(野史)에 `은어가 사람 손에 잡히면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상놈 입에 들어갈까 걱정`이라고 할 만큼 선비나 궁중에서 독차지 했던 고기다.

심지어 경상도(慶尙道) 지방에서는 임신부(姙娠婦)들이 은어를 먹으면 예쁜 아기를 낳을 수 있다 해 매년 은어의 성어기(盛漁期)가 되면 부자집 마님들이 사람들을 풀어 값은 고하간(高下間)에 이쁜 손주들을 보기 위해 사들였다고 한다.

올해 여름 은어회, 은어밥, 은어구이, 은어튀김을 즐길 수 있는 하동 섬진강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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