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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낮은 경제 평가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낮은 경제 평가
  • 경남매일
  • 승인 2020.05.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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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우리의 경제환경은 경영자와 근로자 쌍방에서 불안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이라 근로자를 감축하고 싶지만 기존의 고용을 유지해 달라는 정부의 무언의 압박에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다수의 근로자도 언제 회사를 떠나야 할지에 대한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경제정책을 마치 실험하듯이 하려는 것은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새로운 경제정책을 펼치려면 최소한 경제 전문가와 학자들로부터 구체적인 검증을 거쳐, 현재는 물론 미래에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시작부터 다수의 경제 전문가와 학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며 대통령과 정부에 이 정책을 시행하지 말라고 수차례 요청한바 있다. 대통령과 정부의 의도를 아무리 선의적으로 봐도 지금 평가해 볼 때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소득성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면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을 악화시킨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고공 지지율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여론 조사기관 조사에서 60%대를 기록 중이어서, 정부ㆍ여당은 기세가 등등하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의 설문에서 무엇을 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인 49%가 코로나19 대처를 꼽았지만, 경제정책과 일자리 창출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각각 1%만이 잘한다고 답했다.

경제에 대한 지지율은 분명히 F학점인데, 대신 적폐 청산과 한ㆍ일 갈등, 북ㆍ미 또는 남북 정상회담, 코로나 사태 등이 대통령 지지율의 효자 노릇을 했고 이러한 사항들이 경제 실정이 부각될 기회를 차단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배후에는 문빠라는 문 대통령의 절대 지지층이 있고, 이들은 문 대통령이 코너에 몰릴때마다 보수, 우파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을 통한 여론몰이로 문 대통령이 위기를 벗어나게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부여당과 대통령의 핸디캡에 대한 물타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총선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매우 컸다. 정부여당이 방역과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올인하면서 선거를 몇일 앞두고 선심성 긴급재정지원 약속 등을 통한 유권자의 마음을 잡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아무리 코로나 사태로 위중하다 해도 너무 많은 현금이 뿌려지고 있다. 공짜 점심에 길들여진 국민은 더 많은 걸 원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국가의 건전재정만 멍들어간다. 올해 늘어나는 국가채무만 120조 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올해 말 국가채무는 849조 원으로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지난 2016년 말 36%에서 올해 말에는 45%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닥쳐올 최악의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영원히 계속되는 행운은 없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그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은 2년동안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면 지금의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이며, 훗날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평가에서 경제문제는 단연 최고의 화제이기 때문이다. 정부ㆍ여당이 총선 승리와 대통령 지지율에 도취돼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온 힘을 쏟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민과 유권자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지금 우리의 몫은 아니다. 건전재정을 무시한채 마구 돈을 풀면 지금은 박수를 받아도, 빈 나라 곳간을 물려받을지 모를 미래세대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민에게도 아낌없이 퍼주려다 재정건전성을 무너뜨려 대한민국의 미래에 암운(暗雲)을 드리운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문 대통령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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