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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에 관한 몇 가지 오해
계약에 관한 몇 가지 오해
  • 경남매일
  • 승인 2020.05.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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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계약이란, 어떠한 법률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2명 이상의 사람(자연인, 법인) 사이에서 자유롭게 맺어지는 약속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계약을 맺고 이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생활은 이 계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그야말로 계약적 동물이다.

그런데,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이른바 `가(假)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임시로 약속이 맺어지고 있다. 흔히, 부동산매매계약에서 가계약이 빈번히 생기고 있는데, 이는 고가인 부동산매매 시장에서 매매당사자가 매매결정을 못해 고민 중인 경우에 임시로 매매물건을 잡아두려는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가계약은 `(법적 효력이 있는)진짜계약`인가 아니면 `(법적 효력이 없는)가짜계약`인가? 가계약에 대한 법적 효력에 관한 입장의 차이로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가계약 형식으로 맺어진 계약이라고 할지라도,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예컨대, 매매 목적물, 매매가격, 지급 방법과 시기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가계약이 아니라 정식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고 계약의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합의가 없는 정도, 즉 `며칠 더 생각해보고 매매가격 등을 정하자`는 정도의 막연한 합의에 그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아직 계약이 맺어지기 전으로 구속력이 없는 `계약의 준비단계`로 본다.

예를 들어, 부동산중개사로부터 아파트 특정 호수 매물이 나왔다고 연락이 와서 일단 해당 물건을 선점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계약금조로 1천만 원을 입금한 사례를 본다. 이 경우는 구체적으로 매매대금, 계약금 등 매매계약의 주요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므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매수인이 그 계약을 포기해도 실제로 지급했던 1천만 원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고 매도인은 손해가 있더라도 그 배상을 청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원칙이다.

한편, 계약에 관해 우리가 하는 오해도 다양하다.

가령,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다`거나,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은 실제 지급한 돈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 등이 그렇다.

구체적인 사례를 본다. 아파트 특정 호수를 지정해 매매가격을 5억 원으로 하고, 계약금을 5천만 원으로, 중도금 없이 잔금을 4억 5천만 원으로 하기로 정하며, 당일에 계약금 중 일부인 1천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계약금 4천만 원은 5일 후에 정식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날 지급하기로 구두 또는 문자 등으로 약속한 후, 어느 일방이 마음이 변해 정식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 경우는 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예컨대, 매매 목적물, 매매가격, 지급 방법과 시기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가계약이 아니라 정식계약이 성립했고, 비록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 구두 또는 문자 등으로 약속한 것이라도 계약으로서 효력이 발생한다. 나아가, 계약금으로 실제로는 1천만 원이 지급됐지만, 약정한 계약금은 5천만 원이므로, 위약금은 5천만 원을 기준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계약서 작성 후 24시간 이내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준다`거나, `계약금을 안 받았으면 조건 없는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 등이 있다. 매매계약은 이른바 `낙성계약, 불요식계약`으로 계약금 지급을 묻지 않고, 계약서 작성도 묻지 않는다.

계약적 동물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계약의 구속력은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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