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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단장에서 그 사람을 엿볼 수 있다
머리단장에서 그 사람을 엿볼 수 있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5.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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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사람이 두발을 정리하는 두발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긴 머리카락을 그대로 늘어뜨리는 피발(被髮)을 하다가 사회 발달로 인간이 의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활동하기 좋고 아름다우며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머리에 장식도 하고, 모양도 다양하게 다듬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로부터 머리카락은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 중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머리 꾸밈새는 사람의 옷차림이나 몸단장과 함께 그 사람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머리단장이 사람들의 시선을 제일 먼저 끄는 부분의 하나이기 때문에 시대를 넘어 더욱 변화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미를 추구하는 여자들에게 있어서 머리단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몸단장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은 차림새에서 머리단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물론 변화를 주기가 자유롭다고 하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함부로 하지는 않았다.

삼한시대의 머리 형태는 혼인 여부에 따라 차이를 두었다. 미혼인 총각은 검은 끈으로 묶은 댕기머리였고, 처녀들은 하나로 묶어 늘어뜨려 붉은 댕기를 매었다. 기혼 남자는 주로 상투를 틀었는데 이는 성인이 되었다는 하나의 상징성을 나타낸 것이다. 여인들은 얹은머리와 쪽진머리를 주로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신라시대와 유사했지만 중기에 원나라에서 들어온 가체양식이 조선시대에 들어서 신분과 부의 척도, 그리고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이로써 조선시대의 머리모양은 신분과 계급에 따라 엄한 제한이 있었다.

조선시대 기혼 남자들의 머리는 전통적으로 상투머리였으나 천민은 자식을 낳기 전까지 상투를 틀지 못하고 산발을 하다가 이후 상투를 틀었다 하더라도 그 위에 망건 등의 관모(冠帽)를 착용할 수는 없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양반집 부녀자들은 어여머리를 하여 신분을 나타내었으나 일반 백성이나 천민들은 이 어여머리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미혼은 댕기머리 등으로 획일화되어 머리모양만 봐도 그 사람이 양인인지 천인인지, 기혼인지 미혼인지 구분이 쉬웠다. 여기에 갓이나 망건 등은 신분이나 지위뿐만 아니라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직급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지금도 머리 모양이나 길이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지만 다원화 사회가 되면서 남녀 구별 없이 각자가 개성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하기 때문에 머리 모양만 가지고 그 사람의 재력이나 신분을 파악하기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은 머리카락의 길이가 긴 반면, 남성은 대체로 짧은 편이며,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상징적으로 긴 머리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고, 요식업이나 간호사, 운동선수 등은 대체로 짧은 머리가 많다. 스님들의 삭발은 단순한 삭발,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머리카락이 길면 자연히 남을 의식하여 손질을 해야 하고 잡념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과의 결연한 의지를 담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탈모가 생기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기 때문에 탈모 방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신경을 쓴다. 그런데 조선시대 때는 여성들 사이에 네모진 이마가 미인의 기준으로 여겨져 제모를 하였고, 일부 남성들도 대머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대머리는 출세의 상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이마가 넓으면 마음도 넓다는 속설이 있어 심지어 남몰래 머리털을 뽑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하여 두발 모양은 다양해졌지만 머리단장은 아직도 성별 구분을 가능하게 하고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의복이나 행사의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머리 모양을 갖추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청결하게 하고 깔끔하게 단장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머리단장은 그 사람의 정신 상태와 문화수준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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