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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생 공부 주역
마지막 인생 공부 주역
  • 경남매일
  • 승인 2020.05.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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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주역(周易)은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역경(易經)을 말한다. 서와 경의 최고 경전인 주역은 중국 주나라 문왕과 주공이 치도의 근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주역 즉, 주(周)나라 역(易)이라고 부른다. 주역은 고대중국의 삼황시대 복희씨의 획괘(劃卦)를 시원으로 주나라 문왕이 64괘의 괘사(卦辭)를 짓고, 주공이 384효의 효사(爻辭)를 지어 주역의 기본체계가 완성되었다. 그 후 공자가 주역 64괘에 대한 해석을 십익(十翼)으로 집대성함으로써 그 심오한 이치를 터득하는데 형통함이 있었다. 공자의 십익은 경문을 돕는다는 뜻으로 주역의 해석을 말한다. 7종 10편으로 구성된 십익을 해석해야만 주역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단전(彖傳)상하 2편은 한 괘의 종합적 해설이다. 상전(象傳)상하 2편은 64괘가 상징하는 괘상에 대한 해설이다. 계사전(繫辭傳) 상하 2편은 공자십익의 핵심 사상으로 주역에 대한 종합적, 철학적 해석을 담고 있다. 문언전(文言傳)은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윤리적 의미를 해석한 것으로, 64괘의 가장 기본이 되는 괘로서 두 괘의 의미만 잘 해석하면 주역에 대한 공부는 반이나 한 셈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설괘전(說卦傳)은 64괘의 능력과 형상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다. 서괘전(序卦傳)은 64괘가 어떤 원리와 법칙에 따라 배열순서가 정해졌는지 설명한다.

주역은 복희씨, 문왕, 주공, 공자의 사대성인에 의해 체계적으로 완성됐다. 나이 30 전후에 학문적으로 지성의 경지에 이른 공자였지만, 주역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세수 50이 넘은 만년에 시작해 너무 늦게 접한 것을 한탄했다고 한다. <사기> ‘공자세가(孔子世家)’에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만년에 주역에 심취해 수십 번 반복해서 책을 읽다보니 죽간으로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져 다시 꿰매야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여 전해진 말이다.

공자 이후 주역은 정자(程子)와 주자(朱子)가 의리역과 상수역 양대 측면에서 해석함으로써 주역을 학문적으로나 일반인의 삶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재정립했다. 정자가 우주의 이(理)와 기(氣)의 이원이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유가사상에 도덕적 철학적 가치를 부여한 것이 이천역전(伊川易傳:程傳)이며, 주자가 상징적 입장에서 간단명료하게 점학으로 풀이한 것이 주자본의(朱子本義)다. 이처럼 주역에 대한 해석상의 이론이 분분하고 위서가 범람하자 명나라 영락제가 24권의 <주역대전(周易大全)>을 칙찬(勅撰)했다. 그 후 이천역전과 주자본의를 합본하여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을 편찬해 오늘날 동양사상의 금과옥조가 되었다.

이처럼 주역은 동양철학의 진수로 의리 도학적 관점이든 상수 점학적 관점이든 기본원리를 터득하면 할수록 그 이치가 심오하기 때문에 소설 읽듯 공부해서는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주자는 역설강령(易說綱領)에서 “주역을 볼 때에 나흘을 소비하여 한 괘를 보아야 한다. 하루는 괘사와 단전 및 상전을 보고, 이틀은 여섯 효를 보고, 하루는 통 털어서 봐야 자세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주역 64괘를 하루도 쉬지 않고 보아도 256일이 소요되는 셈이니, 적어도 1년 정도 계속 반복해서 숙독해야 그 이치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역 64괘의 변통성은 무궁무진하다. 가령 어떤 사안에 대한 점괘를 배합계(양은 음, 음은 양으로 변환)로 해석하면 본괘의 성질을 내재하면서 겉으로는 다른 성질로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전괘(상하 괘를 완전히 거꾸로 뒤집음)는 괘를 반대편에서 본 것으로 제3자의 입장에서 일의 경과를 살필 수 있다. 착종괘(상괘와 하괘의 위치만 바꿈)는 상하관계가 바뀜으로 인한 일의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이런 무궁무진한 변통성으로 인해 다들 주역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64괘의 기본원리를 터득하고 나면 주역만큼 재미있는 공부도 드물다. 주역을 배우면 내 인생의 종점이 어딘지도 훤히 알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난세지국을 맞아 주역을 마지막 인생 공부라 생각하고 용기 있게 한번 도전해보길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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