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12 (금)
깨어진 유리창과 재난의 법칙
깨어진 유리창과 재난의 법칙
  • 경남매일
  • 승인 2020.05.12 2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경진 김해동부소방서 이학박사 소방위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께 경기도 이천시의 지상 4층 지하 2층의 물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작업을 하던 인부 38명이 사망했으며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2년 전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220여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최근의 군포 물류센터 화재 등 공사 중인 대형 건축물 화재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화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어느 표어의 문구처럼 안전 부주의는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이 사소한 무관심이 나와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비가역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은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정치학자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만든 개념으로 유리창이 깨어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인식돼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실례로 1994년 이전의 뉴욕은 높은 범죄율로 인해서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기업체는 타 도시로 이전했다. 이러한 즈음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취임 즉시 범죄율의 감소를 위해 지하철 내부의 낙서를 모두 지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무임승차 행위 등을 철저하게 단속했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변화들은 미국 내에서도 악명 높은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던 뉴욕을 3년 후 전국 최저 수준의 범죄 없는 도시로 변모케 했다.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처음 발표된 깨어진 유리창의 이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많은 부분에서 깨어진 유리창에 노출돼 있다. 어쩌면 그동안 발생한 대형 재난들은 무심코 던져버린 담배꽁초, 용접 불티의 비산, 고장 난 소방시설의 방치 등 일상에서 무심코 방치돼 깨어진 시설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재난에 관한 의식과 의식은 삶의 외형적 향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상의 풍요로움 만큼 생활 주변의 깨어진 유리창을 잘 수선해 사소한 실수 하나가 차마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재해 사고로 귀결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지금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주위에 어수선하게 방치돼 정돈되지 않은 사소한 일들은 없는지 한 번 더 되돌아보는(Double-Check) 일상에서의 습관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