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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조정자’인 리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조정자’인 리더가 필요하다
  • 경남매일
  • 승인 2020.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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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당사자들의 문제이지만, 리더는 그 문제의 해결을 도울 책임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의 양상들을 보면서, 이러한 갈등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을 두고 자신이 결론을 내려 재판관의 역할을 하는 리더가 있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잘 하라고 내버려 두는 리더도 있다. 두 종류의 리더 모두 갈등을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리더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HSG(휴먼솔루션그룹)의 최철규 대표는 ‘조정자’란 갈등 당사자들의 화해 결정을 유도하면서도,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 즉 갈등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느끼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생각할 때, 결과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조정자가 내려놓아야 할 편견과 조정자가 이해해야 할 조정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먼저 절차상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조정자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만남 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공평’을 이유로 공식적인 약속시간, 특정한 시간만을 고수한다면, 갈등 당사자들은 상대에게 더 유리한 시간을 잡는 것이 아닌가, 조정자가 이미 상대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다. 리더의 편의에 의한 것이 아닌 당사자가 필요로 할 때 만나주는 것, 그것이 성공적 조정을 위한 기본이다.

둘째, 해결책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조정자가 되면 당사자들보다 더 많은 해결책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갈등 당사자들의 의견보다는 무의식중에 본인이 좋다고 여기는 답으로 끌고 가려는 생각이 생긴다. 조정자는 자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해결책이 ‘내 해결책이 더 좋다’는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셋째,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정자는 양측 당사자에 대한 평소의 편견을 가지고 조정할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나의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조정을 위해 필요하다. 평소 나와 더 자주 소통하던 조직원의 이야기를 더 들어준다면, 조직을 위해 건강한 조정을 할 수 없다.

조정자 자신이 위에서 말한 세 가지 편견을 내려놓고 준비되었다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조정의 절차는 다음 네 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이해 관계자를 명확히 찾아야 한다. 갈등의 당사자가 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얽힌 문제일 경우, 이 문제를 변화시킬 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고르는 것, 그것이 조정과정의 출발이다.

다음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정을 하려면 판단이 먼저가 아니다.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시끄럽다’는 표현은 개인적 판단이다. 측정결과 90데시빌의 소음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조직 갈등은 대부분 정서적인 것이다. 이럴 때 각자가 어떤 부분에 있어 기분이 상했는지, 어떤 선이 지켜지길 원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갈등의 요소들에 대해 각자가 ‘꼭 지켜야 하는 것’과 ‘양보할 수 있는 것, 인정할 수 있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인정할 것과 사과할 것, 앞으로 주의할 것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다.

끝으로, 실행을 점검해야 한다. 사과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현장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주의하거나, 고치기로 한 미래지향적 결정이라면, 리더가 지켜보면서 점검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같은 조정절차를 밟더라도 평소 리더에 대한 신뢰도가 조정의 성공도에 영향을 미친다. 평소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때로는 절차보다 리더 자신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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