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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릿밥에 담긴 5월의 감사
바릿밥에 담긴 5월의 감사
  • 경남매일
  • 승인 2020.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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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5월은 사랑, 감사, 존경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사랑), 5월 8일 어버이(감사)날, 5월 15일이 스승의 날(존경)이다.

지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어쩌면 어린이날이나 스승의 날도 다 소중하지만 어버이날이야 말로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많다.

전 세계 169개국에서 기념하고 있는 어버이날은 1868년, 미국의 앤 자비스(Ann R. Jarvis)라는 여성이 `어머니들의 우정의 날`을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남북 전쟁으로 인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들이 많았고, 이 모임은 슬픔에 잠겨있던 어머니들 사이에서 위로와 응원이 됐다. 자비스의 사망 이후 자비스의 딸 애나(Anna Jarvis)는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으려 노력했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1905년 5월 9일 웨스트 버지니아의 한 교회에서 `어머니를 기억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됐고, 이후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어머니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우리 역시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전통사회 효(孝) 사상의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정한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1956년 5월 8일부터 기념해 온 `어머니날` 행사를 1973년 3월 `어버이날`로 확대ㆍ제정됐다. 이날은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를 포함한 부모와 노인공경까지 아우르는 효행의 미덕을 강조한 기념일로 확장됐다.

우리는 이미 초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가족이나 보호자 없이 혼자 생활하는 노인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들은 노령인구 중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2015년 기준 독거노인의 수는 137만 9천명으로, 2005년 77만 7천명보다 1.8배 늘었으며, 오는 2025년에는 2015년의 1.6배인 137만 9천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전체 노인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 2015년 17.8%에서 오는 2035년에는 23.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과연 독거노인이 자식이 없어서 일까? 어버이날 부모님을 찾아 뵙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주고 이날 만큼은 어버이 은혜를 마음에 깊이 새긴다.

고아복아(顧我復我)라는 시 구절이 있는데,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시 살폈다`는 뜻으로 자신을 보살펴 준 어버이의 은혜를 말한다. 이는 시경(詩經) `육아(蓼莪)`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시(詩) 역시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내용이다.

"父兮生我(부혜생아)아버님 날 낳으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어머님 날 기르셨으니, 부我畜我(부아축아)나를 어루만져주시고 나를 먹여주시고, 長我育我(장아육아)나를 키우시고 나를 길러주셨도다. 顧我復我(고아복아)나를 돌보시고 또 돌보시며, 出入腹我(출입복아)오며가며 나를 품어주셨도다. 欲報之德(욕보지덕)그분들의 덕을 갚으려해도, 昊天罔極(호천망극)하늘은 끝없이 넓기만 하여라."

1893년 서울 명동에서 명문가의 외아들로 출생한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 1893~1950)의 `바릿밥`이 생각이 난다. 바릿밥이란 바리(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에 담아 둔 밥을 말하는데, 놋그릇에 담은 따뜻한 밥은 남에게 주시고 어머니는 늘 찬밥을 잡수셨다는 뜻으로, 어머니의 희생적 자애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부모의 희생에 비해 자식이 부모에게 쏟는 애정은 `내리 사랑`의 반도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법이 `중용(中庸)` 20장에 나온다.

"順乎親 有道 反諸身不誠 不順乎親矣 誠身 有道 不明 乎善 不誠乎身矣(순호친 유도 반저신구성 불순호친의 성신 유도 불명 호선 불성호신의)어버이에게 순종한다고 인정받는 데 방법이 있으니 자기 몸에 돌이켜 보아서 진실하지 못하면 어버이에게 순종한다고 인정받을 수 없다. 자기 몸을 진실하게 하는 데 방법이 있으니 선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면 자기 몸을 진실하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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