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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이야기
가로등 이야기
  • 경남매일
  • 승인 2020.05.0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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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 태
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

 

허리는 곧게 펴고 절도 있게 머리를 숙여 도열해 있는 가로등을 사열하면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그곳에 있었는데, 간혹 전구수명이라도 돼 불이 켜지지 않으면 비로소 우리는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이유로 가끔은 고장을 일으키는 가로등에게 따뜻한 눈길을 한번 씩 주자.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물리적 속도로부터도 잠시 비껴선 듯하다. 도시의 거리는 물론 혼잡했던 도로들도 한산해 지면서 주위의 모습을 세심하게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들도 있다. 아마 비어있는 밤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로등 덕분일거다.

사람의 5개 감각기관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고 하는데 이중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것이 시각이라고 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더 밝은 빛을 찾고자 하는데, 그 빛은 사람에게 빛을 빼앗아간다는 아이러니한 관계도 새겨 볼일이다.

불을 밝히는 방식에 따라서는 가스등, 수은등(水銀燈), 형광등, 나트륨등, 삼파장등, 백열등, LED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등으로 교체하고 있는 추세이다.

모든 물질은 온도가 높아지면 빛을 발생시킨다. 백열등에 사용되는 필라멘트는 텅스텐으로, 금속 중에서 녹는점이 가장 높은 3천400℃이다. LED등은, 발광 다이오드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이며 전류가 흐르면 붉은색, 녹색, 노란색으로 빛을 발한다. 일반전구에 비해 수명이 길고 응답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빛 효율은 20%이며, 수명은 4~5만 시간으로 전력 소모도 적다.

하지만 LED의 경우에도 80%에 달하는 열에너지로 인해 전구가 뜨거워지면서 수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열을 식히기 위해 열전도가 잘 되는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전구 주위에 생선의 비늘처럼 막을 부풀려 방열판을 만들었다. 요즘은 전구에 소형 모터를 부착해서 팬을 이용해 바람을 일으키도록 하면서 전구의 크기도 작아지고 무게도 많이 줄어 말 그대로 스마트 해졌다.

불을 켜고 끄는 방식도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일일이 켜고 끄다가 광전방식(빛에 반응해 점등), 타이머 방식(일출ㆍ일몰 등의 조건이 입력된 시계를 장착해 연중 자동으로 점등), GPS방식(전국을 20개 권역으로 나눠 위성으로 수신 점등)이 있는데, 설치 비용이 가장 높지만 GPS방식이 일반화 되고 있다. 이처럼 가로등에도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함양군청에서는 가로등 관리 업무를 민원봉사과에서 담당한다. 함양군이 `밝고 안전한 함양 만들기`를 위해 읍면 가로등 확충사업을 지난 3월 완료했다. 약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520여 개소를 신설했는데, 현재 함양군에는 5천900개 정도의 가로등이 있다. 2명의 전담인력이 매일 새로운 가로등을 설치하고 고장수리를 하면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한, 가로등 마다 관리번호가 있는데 전산자료를 통해 가로등 위치 사진부터 유지관리 이력을 한 번에 확인이 가능하다. 함양군은 앞으로도 현지여건과 주민불편 정도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가로등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주택가 가로등의 경우 눈부심으로 인해 잠을 못 잔다고 가로등을 철거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이때는 창문 쪽으로 빛이 가지 않도록 가림막을 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철거하기도 한다. 농경지 주변 가로등도 마찬가지인데 가을이 돼도 농작물이 웃자라기만 하고 결실이 되지 않는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가로등 신설은 세심하게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은 밤 비오는 골목길,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가로등은 정말 졸고 있었을까. 유행가 가사 속의 가로등은 진공관 속 필라멘트나 탄소 막대가 반응을 일으키는 아날로그 방식의 가로등에 대한 따뜻한 향수와 낭만이 배어있다. 함양군 민원봉사과에서는 가로등에 사용했던 전구와 부속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함양군이 하고 있는 일들 중에 극히 일부분이지만 기록이자 역사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평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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